최태원 SK(주) 회장의 구속은 향후 재벌정책의 시금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재벌 총수가 부당 내부거래 등 불투명한 기업 활동에 대해 배임 혐의로 사법 처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재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 온 재벌 총수의 지배권 확보 수법 및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돼 높은 형량의 처벌이 예상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최 회장의 구속은 기업경영에 있어 윤리성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대규모 회계 부정 사건인 미국의 엔론사 경우에서 보듯, 윤리 경영은 이제 기업의 핵심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떳떳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특히 개방화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된다. 기업을 평가하는데 있어 '엔론 이후'냐 아니냐가 절대적인 잣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재계가 반성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적 합의사항이었던 재벌개혁이 고작 이 정도였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SK뿐 아니라 다른 재벌도 이 같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구속이 '국면 전환용'이나 '재벌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제기된 의문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불안감 확산을 잠재울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정부와 재계는 하루빨리 환부를 도려내고 봉합하는 것이 현재의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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