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이 넘게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가 또 일어났다.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 범인은 50대 중반의 김모씨. 그는 수 년 전 뇌졸중, 즉 풍(風)을 맞고 반신마비 장애인이 되면서 신병을 비관하며 화(火)를 쌓아왔던 것 같다.처음에는 다리 위에 올라가 투신자살을 기도하기도 하고 병원에 찾아가 "날 죽여달라"고 호소하는 등 그 화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화풀이 대상이 김씨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건 다름아닌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한 의사들이었다.
그러나 그 화는 점차 산불처럼 번져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사는데 너희들은?'이라는 적대감으로 치달았고 결국 무고한 불특정 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폭발시킨 것이다. 김씨를 이런 심리상태로 몰고 간 근본 원인은 뇌졸중이라는 신체 질환이었다.
뇌졸중은 카테콜라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포함된 신경을 부분적으로 손상시켜 우울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뇌졸중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겪는데 특히 김씨처럼 우측 반신마비와 실어증을 일으키는 왼쪽 뇌 뇌졸중은 우울의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결국 김씨는 뇌졸중에 의한 기질성 우울증이라는 기름에 화라는 라이터불을 당기면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복구와 수습이 한창인 이때 우린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그 가족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들이 겪을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그때 그 상황이 악몽처럼 떠오르고 갑자기 멍해졌다가도 깜짝 깜짝 놀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을 것이다. 이런 증상은 길게는 30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으므로 신체적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까지도 배려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건이 자칫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져 그들을 더욱 더 깊은 지하로 몰아 넣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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