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1일 최태원(崔泰源) SK(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함에 따라 SK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및 주식 이면계약 사건 수사는 일단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 회장의 개인비리 및 다른 재벌 기업의 비상장 주식 거래 관행을 겨냥한 수사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수사가 '종착역'에 다다랐다고 말할 순 없는 분위기다.검찰이 국내 3대 기업의 오너인 최 회장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사법당국이 처음으로 재벌의 잘못된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잘못됐다면 관행이라도 고쳐져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돌입한 이번 주초만 해도 최 회장의 구속을 전망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검찰이 재벌의 오랜 관행에 메스를 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고 경제상황 논리도 제기됐다. 수사 관계자는 그러나 "이제야 말하지만 주초 압수수색 때부터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애당초 구속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은 "검찰개혁론에 대한 반발 또는 국면전환용 수사, 재벌 길들이기로 보지는 말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최 회장의 사법처리에도 불구, 검찰 주변에서는 "사건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 회장의 '비자금 장부'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자금 형성과 정·관계 로비의 단서가 포착될 경우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수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자금 장부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경계선을 미리 설정해 놓고 하는 수사란 있을 수 없으며 수사중 엉뚱한 것이 나온다면 당연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2차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는 매우 방대한 분량으로, 이중에는 민감한 내용의 문건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 다른 재벌로의 수사확대 가능성 역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주초 검찰 관계자는 "SK가 끝나고 나면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검찰이 배임으로 보고 있는, '상장주와 비상장주 교환시 비상장주 주식에 대한 자의적 가치평가' 관행은 다른 기업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SK만을 문제삼고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제기될 형평성 시비가 검찰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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