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소비심리 둔화로 지난해 4·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지출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소득증가율도 99년 2분기 이후 최저로 나타났다.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연간 및 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의 4분기 가구 당 지출은 21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감소한 것은 98년 4분기(-1.9%) 이후 4년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비지출은 166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 감소했다. 지출항목 별로는 TV, 컴퓨터, 캠코더 등 교양오락기구 지출이 23.5% 급감했고 교통통신비도 5.1% 줄었다. 특히 99년 이후 한 번도 줄지 않았던 외식비마저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소비심리 위축이 심각함을 보여줬다.
반면 유가 급등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광열수도비는 18.8%, 주거비는 10.2% 늘었다.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가 20.0%,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납부액이 8.7% 늘어나는 등 비소비 지출도 급증했다.
4분기 가구 당 월평균 소득은 28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만4,000원) 증가에 그쳐 99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259만8,000원으로 0.2% 증가에 그쳤다. 소득증가 둔화는 가구주 근로소득 증가율(5.9%)이 둔화하고 퇴직금·경조사 수입 등 비경상소득(-19.2%)과 이전소득(-14.2%), 재산소득(-9.0%) 등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배우자소득은 11.5% 늘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지난해 지니계수는 97년 이후 최저인 0.312로 조사돼 도시근로자의 소득분배 구조가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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