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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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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입력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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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지음·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발행·각권 7,500원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71·사진)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와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등 두 권이 함께 나왔다. '누구를…'은 우리 시대 도덕의 문제를 짚은 글 5편을, '낯설게…'는 다양한 장르에 나타난 상상력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한 산문 4편을 묶었다. 두 권 모두 150쪽 분량으로 얇지만 책에 담긴 생각은 묵직하다.

'누구를…'은 "하면 좋을 일, 하지 않아야 할 일 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에 관한 글이다. 에코는 걸프전이 벌어지던 무렵 전쟁을 단호하게 비판하고, 얼굴을 가리고 전세계를 떠도는 파시즘의 가면을 벗긴다. 신문의 성장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면서, "더 많이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논쟁적 글을 통해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식인의 역할'이다. 그는 지식인이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으며, 그 믿음을 실천한다.

'낯설게…'에는 '만화와 고전을 비벼먹는 네 가지 방법'이란 재미있는 부제가 달렸다. 소설과 희곡, 만화 등의 텍스트를 분석한 이 책은 에코가 기호학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분석 대상이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이어서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저자의 탁월한 분석 능력을 충분히 맛볼 만하다. 에코가 보기에 텍스트는 거짓말 뭉치다. 진짜를 가짜로,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 버리고, 일상을 뛰어넘어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세계로 치닫는다. 이 모든 거짓말의 행위는 모두 언어를 통해서다. 작가가 언어를 갖고 마법을 부리면 익숙했던 모든 것은 낯설게 된다. 지적인 기호학자는 그 순간 반짝 빛나는 삶의 진실을 통찰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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