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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령실은 뭘 하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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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령실은 뭘 하는 곳인가

입력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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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는 따져볼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종합사령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모습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화재신고를 받고 22분이 지나도록 운행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망자 10명 중 9명 가량은 1080호 승객들이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 신속한 지시를 내렸더라면 그토록 많은 희생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기관사가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상운행을 지시한 사령실에 책임이 있다. 1079호가 이미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됐는데도 주의해서 진입할 것만 지시하고, 열차를 다시 출발시켜야 할지 승객들을 대피토록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게 만든 것은 사령실의 잘못이다. 화재사실을 일찍 알지 못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고도 사령실은 대피명령을 내린 시각을 사실과 다르게 4분 앞당겨 발표했다. 단전으로 인해 기관사와 통화가 불가능했다는 부분도 거짓이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이 기관사가 경찰에 출두하기 전에 입을 맞추어 과실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 당시 사령실의 근무자들이 제대로 근무를 했는지, 평소에는 어떻게 일을 했는지 따져야 한다.

15일 정읍에서 발생한 호남선 열차사고로 침목 교체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숨진 사건도 종합사령기능의 부재가 근본원인이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능이 부실해 일어나는 사고는 수없이 많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건교부는 대형 교통사고로 인한 재난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국가교통안전위원회(가칭)를 설치키로 했다. 재난관리청을 설립하자는 논의도 무성하다. 새로운 기구와 제도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평소의 훈련과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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