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지음·한지선 그림 비룡소·초등학교 3∼6학년·7,500원"어린애가 어떻게 거기까지 내려갔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키울 수 없어 보육원에 맡기고 간 아이는 대부분 엄마가 살고 있다는 장소를 찾아간다. 보육원 사람들은 무사히 엄마를 찾아 그 품에 잠들어있는 아이를 보며 '경이로움과 함께 차비도 없고 가는 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라는 의문도 든다고 한다.
동화 작가 박수현씨의 데뷔작 '바람을 따라갔어요' 는 열 한 살의 고아 소년 영광이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서의 모험을 그렸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엄마 찾아 삼만리'와 유사한 설정이지만, '엄마…' 가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 책은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영광이에게 어느날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영광이의 귀에만 들리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만, 영광이는 엄마를 찾아 머나먼 외딴 섬까지 가기로 결심한다. 철길을 따라 내려가는 영광이게는 신기한 세계가 펼쳐진다. 인형이나 동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는 나무와 뱀, 달팽이 등 여러 생명체와 이야기를 나눈다.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뱀은 "우리는 꼭 필요할 때만 사냥해"라고 말하고, 참나무는 인간의 자연파괴에 저항해 자살한다. 말 없는 나라 사람들은 마음으로 대화한다. 보석이 나오는 샘은 보석보다는 믿음이 중요함을 알게 해준다. 초능력 달팽이와 하늘을 나는 은빛 줄도 만난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 작가는 삶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마음을 숨겨 놓았다.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엄마의 노랫소리는 바람에 실려 점점 커지고, 또 한 구절씩 늘어난다. 그리고 책 제목처럼 영광이는 태풍을 무릅쓰고 엄마가 산다는 외딴 섬으로 밀항을 시도한다. 아이와 엄마의 사랑이 합치면 태풍보다 강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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