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그-19 전투기(사진)가 20일 오전 서해 연평도 상공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서 한국과 북한의 전투기가 30㎞ 앞에서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침투 상황
오전 9시54분 북한 황해도 과일 비행장 북동쪽 8㎞ 상공에 떠 있던 전투기가 우리 레이더에 포착됐다. 우리 군은 이 전투기가 특별 공중감시 구역 내에 있었기 때문에 감시를 강화하던 중이었다. 이 전투기는 이어 NLL 침범 3∼5분 전쯤 북한 상공을 한차례 선회한 뒤 지그재그 형태로 남하했다. 북한 전투기가 NLL을 침범한 시간은 오전 10시3분께. 이 비행기는 NLL을 순식간에 넘어 남쪽 13㎞까지 침범했다. 북한 전투기는 우리 공군기와 마주치자 NLL 침범 2분만에 북으로 돌아가 황해도 온천비행장에 착륙했다.
우리 대응
북한 전투기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한 우리 공군은 작전절차에 따라 오전 9시56분 서해 상공에서 초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F-5E 전투기 2대를 현장에 곧바로 투입했다. 같은 시각 인천의 대공미사일 부대도 즉각적인 전투대기 태세에 돌입했다. 오전 9시58분께 육지 상공에 떠 있던 F-5E 2대가, 북한기의 NLL 침범이 확인되는 순간 수원비행장에서 F-5E 2대가 추가로 발진했다. 우리 전투기와 북한 전투기의 최근접 거리는 30㎞에 불과했다. 시간상으로는 2분이 채 안 되는 거리다.
북한의 의도
합참 공중작전과장인 오성대(吳成玳) 대령은 "1983년이래 20년만의 이번 침범이 단순 실수인지, 실수를 가장한 고의인지 현재로서는 정확한 침범의도를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참은 그러나 북한 전투기들이 NLL 북쪽 10㎞ 정도까지는 자주 기동하지만 NLL 부근까지 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을 들어 이번 침범이 단순 조종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시도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항로와 비행 속도로 봤을 때 계기고장 가능성은 희박하고 아군 전투기를 발견하자마자 되돌아 간 점으로 봐서 귀순 가능성도 없다. 남하한 전투기를 뒤쫓는 북한 공군기도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전투기의 이번 NLL 침범은 북한이 지난 18일 인민군판문점 대표부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 의무 이행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음 달 시작되는 한미 양국군의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 연습을 '선제공격 훈련'이라고 비난한 북한이 전투기 NLL 침범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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