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용정책의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북한은 전방에 대포를 배치해 놓고 남한을 볼모로 잡고 있다. 그러나 북한경제를 감안하면 실제 동원가능한 군사적 위협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북한이 덜 위협적인 체제로 나가게 하거나 김정일(金正日) 체제의 사상적 근간을 침식해 체제붕괴로 이어지게 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어느 쪽으로든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제거될 것이다(똑같은 비용―이익에 근거한 계산법을 미국에 적용시킬 수는 없다. 미국은 한반도를 넘어선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북한에 대한 포용방법에서 미국과 한국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다).남북 경제통합 측면에서 한국의 포용전략이 내포하는 위험은 한국경제가 불투명하고 정부와 기업이 부패한 관계라는 데에 있다. 북한에서 국가와 경제는 실제 차이가 없다. 남북간 대규모 경제통합은 성격상 매우 정치화한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정화하는 과정을 더디게 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세법 등을 통해 남북한 경제통합을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접근방법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한국은 독일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독일이 경험한 것처럼 북한의 붕괴와 병합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거시경제학적 효과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변환되느냐에 따라 북한의 붕괴가 남한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예측할 수 있다. 타당성 있는 신중한 변수들을 선택할 경우 붕괴와 병합의 시나리오는 10년에 걸쳐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남한의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되는 한편 북한의 성장속도는 급격히 가속화해 비(非) 붕괴 시나리오와 비교해 볼 때 한반도 내의 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1994년 당시보다 금융적인 면에서 훨씬 더 세계경제와 결합돼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 자본시장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주식시장거래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주민들이 해외로 자금을 반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94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차대조표 누락거래와 파생금융상품 이용이 한국의 금융회사들에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경제위기 동안 한국의 주식시장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 참여자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금융거래의 복잡성이 증가한 것은 오늘날의 시장이 정치적 영향을 10년 전보다 훨씬 덜 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세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대북 화해협력을 효율적이고 투명한 조건으로 실현해야 한다. 북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정당화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기업과 관련해서는 가능한 중립적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 비밀스러운 지원금이나 정치적 보상금이 공공 금융기관을 통해 전달돼서는 안 된다. 둘째, 포용정책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한국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정책과 종국적인 북한 붕괴의 시기, 비교적 불변하는 정책들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북한은 세계 최대의 우발부채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런 채무에 대한 만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예상 하에 현재의 공적대부와 부채를 최소화하는 제한적 재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기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재산권이 집행돼야 하며, 사업자들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효율성에 의해 동기를 부여 받아야 한다. 이것은 회계 관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과 국가가 여전히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분야에서 비국유화와 민영화의 과정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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