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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 전문가 기고 / "防災시스템 구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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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 전문가 기고 / "防災시스템 구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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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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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는 장애를 비관한 50대 남자가 자포자기상태에서 다수의 승객을 상대로 저지른 일종의 테러다. 플라스틱 우유통 하나에 담은 휘발유만으로 불과 몇 분만에 30m나 되는 전동차 12칸은 물론 지하철역 전체를 화염과 그을음으로 마비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불을 낸 당사자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소한 사고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참사로 빚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사고 상황을 되짚어보면 우선 지적해야 할 점은 대구지하철 사령실과 사고가 난 중앙로역 승강장 관리자, 기관사 등이 과연 초동대응을 적절히 하고 승객에게 사고를 알리며 대피시키는 등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느냐이다. 이들이 화재사실을 모르고 진입해 더 큰 피해를 낸 1080호 객차에 대해 정지명령 등 비상상황에 맞게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점과 1080호 기관사가 매연을 확인하고도 즉시 정차를 못한 것은 초동대응의 결정적 실수로 볼 수 있다. 전동차 화재 사고를 상정한 비상대응교육, 모의훈련, 자격 심사 등 평상시 해온 위기대처훈련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동차 출입문의 개폐가 제 때에 작동되지 못한 점도 짚어봐야 한다. 경위를 막론하고 상당수 문이 닫힌 상태에서 수동작동으로 문을 열어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이를 도와주는 음성안내나 승무원의 유도 등이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불이 난 직후 전원의 차단 원인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지하철 관계자에 의하면 이번 사고의 전력 차단은 화재가 나면서 전동차의 주행전원이 자동차단된 것과 맞물려 화염에 의해 비상전원마저 차단된 경우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승강장과 차량의 비상 전원까지 끊기면서 암흑천지가 된 것은 승객의 피난에 가장 큰 장애가 됐다. 전동차의 전력 공급이 자동 차단되는 비상시에 승객의 피난을 돕는 유도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과 스프링클러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점 등은 방재 설비나 비상 대응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을 시사한다.

인명피해가 커진 또 하나의 원인은 국내 전동차 내장재의 안전 기준이다. 천장은 FRP, 측면은 PVC, 의자는 폴리우레탄, 바닥은 염화비닐, 부착물은 아크릴…. 하나같이 유화 제품이라 화재에 취약한 것은 물론 연소 시 독성 물질을 배출한다. 전 차량이 불과 몇 분만에 화염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일본은 1964년 지하철 화재 사고 이후로 이런 부분을 꾸준히 개선해 불에 잘 타지 않고 타더라도 독성이 덜한 재질로 내장재를 만들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도 차량 하부에 장치한 전기 장치와 배터리 등에서 불이 나 차량 내부 바닥이 탄 사례가 있어, 차량의 화재 실험을 통해 화재시 발생하는 열량, 유독 가스 등을 점검한 뒤 승객의 피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내장재의 난연화·독성 규제를 법제화 하고 있다.

화재 등에 의한 대형사고는 지하철만이 아니라 다중 이용 시설, 초고층 건물의 상층부나 지하 공간 등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곳은 기존의 화재나 재난 관리 규정에만 의존해 대비할게 아니라 이번처럼 방화나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근무자가 초기 진압 등 초동대응을 제대로 하도록 교육훈련을 철저히 하는 등 비상 대응 방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또한 피해 최소화를 위하여 지하 공간의 대피를 위한 공간적 배려와 피난자의 심리적 상황을 고려한 피난유도장치 보완 등의 부수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저독성·난연성 재료로 내장재를 만들고 차량안전장치 등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차제에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있는 방재 안전 관리의 취약성과 대중의 무관심, 안전 기초 교육의 부재 등 급성장의 이면에 잠재한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고 개선, 대형사고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펴야 할 것이다.

노 삼 규 광운대 공대교수 도시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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