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자들의 힘이 시장을 바꿔가고 있다. '푼 돈'을 투자한 소액 주주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조직화한 모임을 만들어 경영진과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소송을 벌이는가 하면, 기업 경영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등 '개미 몫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장·등록 법인들의 올 정기 주총에서도 이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임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조직화 움직임과 시민단체들의 소액주주 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우선 소액주주들의 제몫 챙기기는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만큼 기업 이익에 따른 정당한 배당 요구와 잘못된 관행에 대한 법정 소송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삼성SDI 삼성전기 LG화학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주식을 가진 소액주주들은 이들 기업들이 연말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상여금과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주면서, 소액주주 배당은 여전히 '쥐꼬리'라며 주총 때 배당 확대를 강력 요구할 계획이다.
코스닥등록기업인 다함이텍의 소액주주 8명은 최근 이 회사 대주주 겸 대표이사 등 4명을 상대로 55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모아 지분 3.51%를 확보한 이들은 대주주들이 자회사의 전환사채 15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중도에 임의로 환매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 소액주주들은 또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인사를 감사로 선임하도록 회사측에 요구했다.
코스닥에서 퇴출된 에이콘 소액주주들도 이달 초 코스닥증권시장과 코스닥위원회를 상대로 2억2,4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주주 18명은 회사 부도설이 시장에 퍼졌는데도 코스닥시장의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15분이나 지연돼 주식 매수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 모임이 상설화된 기업도 많다. 강원랜드 소액주주협의회는 1년에 2차례씩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열고 주주들의 입장을 회사에 건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체 워크숍을 열어 회사측이 결정한 배당 확대와 액면 분할, 거래소 이전상장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으며, 11월에는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소액주주들의 요청으로 회사가 이사회를 열기도 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는 최근 회사측이 주총일을 대통령 취임식(25일)과 같은 날 개최하려 하자 주총을 3월 하순으로 연기해 줄 것을 하이닉스와 채권단에 요청했다. 회사측이 감자에 따른 소액주주 보상 등 아무런 대책 논의 없이 주총을 어물쩍 넘기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증권 사이트 팍스넷(www.paxnet.co.kr)과 38커뮤니케이션(www.38.co.kr) 등에서도 거래소와 코스닥, 제3시장 각 기업별로 소액주주 동호회가 온라인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 운동이 더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으로 많은 주주가 피해를 본 경우 소액주주 대표자가 나서서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이기면 같은 사안으로 피해를 본 다른 주주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기업들도 주주중시 경영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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