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 참사가 발생한지 3일이 지났지만 우유 페트병 한 개 분량의 인화물질이 이처럼 대형화재로 이어진 데 대해 궁금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대구지하철 CCTV에 잡힌 화재 현장을 보면, 용의자 김모씨가 불을 붙인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승강장은 연기로 가득 메워져 버렸다. 이처럼 전동차가 쉽게 불길에 휩싸인 까닭은 의자 시트 커버의 직물류가 쉽게 불에 타는 소재인데다 바닥재나 벽 등도 불에 강하지 않은 플라스틱류였기 때문. 더군다나 지하철처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 불이 나면 열이 배출될 곳이 없어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박진원(朴辰遠) 연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도 250도 정도면 불이 붙는데, 아무리 난연처리를 했다하더라도 플라스틱류는 300∼400도면 불이 확 붙는다"고 말했다.
1m 정도 떨어진 옆 전동차로 불이 옮아간 이유도 이처럼 높아진 온도가 전달됐기 때문. 불꽃이 직접 옮겨가 닿지 않더라도 화재차량이 내뿜는 강한 '복사열'에 의해 옆 전동차도 달궈지면서 플라스틱 등에 불이 붙게 된 것. 차량과 차량을 이어주는 이음부인 갱웨이다이어후렘도 '아미라드'라는 직물류에 염화비닐수지로 코팅돼 뜨거운 열기만으로도 불이 붙는다. 황정연(黃正淵) 서울소방방재본부 방호과장은 "화재가 큰 현장에서 불이 띄엄띄엄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복사열'로 인해 불이 확산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고 당시 비상등이 켜지지 않은 점도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 대구지하철공사측은 비상등은 변전소에서 배전반으로 공급되는 전기장치 1,2호기 모두 하자가 발생했을 때만 켜지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방화 당시 배전반에서 가지쳐 나온 일부 전기선에만 이상이 발생할 경우는 비상등이 켜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하철 구내가 모두 타버리더라도 배전반에 공급되는 전기에만 이상이 없으면 비상등이 켜지지 않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미확인 사체가 71구지만, 신고된 실종자 수는 320여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의문이다. 실종자 유족들은 "대책본부가 사망자 명단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축소 의혹을 제기하지만 대책본부측은 "실종 신고가 소방본부, 지하철공사, 경찰 등 여러 갈래로 접수되는데다 중복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워 이 같은 차이가 났다"고 해명했다. 대책본부는 또 대구 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등에서도 귀가하지 않은 가족을 실종자로 신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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