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볼 영화를 찍던 관객들도 이젠 데이터로 영화를 선택하는 시대다. 그래서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소위에서 집계하는 박스오피스를 참고로 관람할 영화를 '찍는' 관객도 적잖다. 최근 이 박스오피스 집계에 문제가 생겼다.국내 최대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신뢰성이 없다"며 3일부터 자료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CJ측은 1월27일 주말 순위를 집계해 보니 '캐치 미 이프 유 캔'이'영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박스오피스에는 '이중간첩'보다 못한 3위로 나왔다는 게 이유다. CJ엔터테인먼트는 "우리가 관객수를 허위로 발표할 경우 '허위공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수치를 부풀려 마케팅에 이용하는 배급사들 때문에 손해를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물론 CJ를 비난하는 배급사도 적잖다. "소도시 지방극장에 영화를 '밭떼기' 방식으로 넘겨 놓고 예상 관객을 합산해 온 게 바로 CJ"라며 "모처럼 손해 한번 봤다고 '파투(=파토)'를 선언하는 건 큰 회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CJ가 관객 수치를 공개하지 않자 몇몇 배급사도 수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영화인회의에서는 임시 방편으로 서울 관객수만을 추정해 발표하고 있다.
전국 극장의 발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통합전산망이 구축되면 문제가 풀리겠지만 상당 기간 이런 불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제발 정확한 숫자를 알려달라"고 배급사의 양심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양심을 속이지 않고도 거짓말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장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도대체 전미 박스오피스 1위가 왜 이리 많으냐"는 것. 미국 박스 오피스는 주말 3일간의 흥행을 발표하므로 산술적으로 따지면 1년에 54개 영화가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주장할 수 있다.
개봉 첫 주 반짝하고 한없이 추락해도 이런 선전은 가능하다. "역대 최고 개봉 성적"이란 표현도 어린이 영화부문, 12세 등급 부문 등으로 세분화해서 얼마든지 끌어다 붙일 수 있다.
국내 영화라고 다를까. 한 극장에서만 개봉해서 매일 매일 관객을 모은 뒤 "사상 최고의 점유율"이란 선전을 할 수 있고, 변두리 극장 스크린을 싹쓸이한 뒤 '전국 최다 스크린 개봉'이라고 떠들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자기 소개에 활용하면 그건 사기일까, 아닐까. '신장 170㎝ 이하, 몸무게 80㎏ 이상급 서울 지역 최고 미남', '24―36―24(가슴―허리―허벅지)의 몸' 등등. 아, 사기가 맞긴 맞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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