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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학교" / 초등교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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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학교" / 초등교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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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후 방학숙제 검사방법을 고민하던 서울 M초등학교 김모(32)교사는 '인디스쿨' 게시판을 보고 무릎을 쳤다. 신길초등학교 허승환교사가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도록 경매 방식을 사용해 봤습니다. 저희 반 친구가 종이와 건전지를 이용해 선풍기를 만들었는데, 500원에서 시작해 2만5,000원까지 나오더군요."오르간을 못 치는 경기 K초등학교 유모(30)교사도 더 이상 음악시간이 괴롭지 않다. 인디스쿨에 연결된 '예은이네 집' 홈페이지에서 가사와 악보까지 나오는 '플래시노래방'을 다운 받아 교실의 프로젝션 TV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해 동요, 만화주제가, 아이들이 부를 만한 가요 등이 수시로 올라온다. 수업시간마다 '발표 때 누굴 시킬까' 고민하던 것도 간단히 해결했다. 인디스쿨에서 무작위추첨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뽑기'로 발표자를 선정한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 '인디스쿨'(www.indischool.com)은 갖가지 아이디어와 자료의 보고다. '수학 도형 꾸미기' '흥겨운 우리가락 배우기'등 수업 자료 뿐 아니라 두터운 겨울 옷이 책상이나 의자에 걸리지 않도록 잘 접기, 반성문 대신 명심보감 쓰게 하기, 음악 틀어주며 우유 재미있게 마시게 하기 등 곰살맞은 노하우도 쏠쏠하다.

'교단 일기'에서 교사생활의 어려움도 털어놓는다. "종업식을 맞아 설레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는데 애들이 마구 떠들어서 결국 화를 내고 말았어요"라는 한탄에서 "내리사랑입니다. 매일 쉬는 시간마다 지난해 아이들이 온답니다. 그 친구들도 종업식날 떠들었어요"라며 위로글을 달아주는가 하면 "분위기를 잡으세요. 눈을 모두 감기고, '이순간이 지나면 영원히 함께 공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거죠"라고 연출법(?)을 일러주는 선생님도 있다.

시삽을 맡은 경기 일산 오마초등학교 박병건(33)교사는 "운영자가 따로 없고 자료를 올리는 사람은 모두 운영자"라고 말한다. 출발은 소박했다. 2000년 박교사와 일산 백석초등학교 박진현(33) 교사 등 일산 지역 전산담당교사 서너 명이 시술적인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던 홈페이지가 현재 가입자만 1만명이 넘는 거대한 커뮤니티가 된 것이다.

'인디스쿨'은 초등학교 교사들의 모임이기에 더 활성화될 수 있었다. 부운영자인 공창수(33·경기 광명시 하일초등학교)교사는 "과목 구분도 없고, 인성교육, 학급 운영까지 하기 때문에 정보공유의 필요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한다.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인디스쿨에 참여하는 경기 군포 도장초등학교 이영근(34) 교사는 "수업 자료실은 간간히 있었지만, 서로 공유하는 커뮤니티는 처음"이라며 "기존 자료도 더욱 충실하게 확대 재생산된다"고 말한다.

모임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는다. 1월 25일 대전에서 50여명이 율동, 마술 등의 연수를 가졌고, 지역별로 수시로 만나 교단의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

점차 확산되는 멀티미디어 수업환경, 학교보다 학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인디스쿨'은 어쩌면 변화에 적응하려는 교단의 몸부림이다. 박진현 교사는 '공교육 활성화'라는 거창한 말 대신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갖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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