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노력에 대해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노 당선자의 정치개혁 비전을 현실화해야 한다. 또 그 같은 비전을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해 노 당선자가 성실한 지지자들을 요직에 등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한국민들 간의 깊은 정치적, 세대적 분열이 표면화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의 승리가 한국의 전통적인 경제적, 정치적 특권층에 대한 도전으로 널리 해석됨에 따라 이러한 분열은 깊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 당선자의 가장 야심차고 이상적인 약속은 당선이 결정된 직후 연설에서 "한국의 정치에서 대화와 화해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과거 한국의 대통령들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야당을 박해하고 국회를 통제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가 고건씨를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하고 다수당인 야당으로부터 국무총리 임명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자 노력한 것은 국회와의 대화와 협의로 나아가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보다 복잡한 문제는 한국의 국익이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 전문분야에 대해 노 당선자가 그의 측근이 아닌 인물들을 새 정부에 영입할 의사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수반될 분명한 어려움에도 노 당선자가 기꺼이 포용력을 발휘할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측근들은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위세를 떨친 인물들을 포용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할 것이 확실하다.
노 당선자가 소속 당 외부의 인물들을 장관으로 등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치적 용기와 소신이 필요하다.
노 당선자의 정부에 참여할 것을 요청 받은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깊이 되새기고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또 새 정부의 일원으로서 성실하고 능률적으로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국방과 안보 분야의 많은 고위층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이 분야야말로 국익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우선하며 한국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분야다.
노 당선자와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선거기간 한국을 아시아의 금융과 유통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문제를 비롯한 주요 경제현안들에 대해 이미 폭 넓은 합의가 이뤄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정치는 치열한 싸움이지만 그 한계는 인식되고 있다.
고립주의자였던 다수당 공화당의 지도자 아더 반덴버그 상원의원은 2차 세계대전 뒤 외교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의 해리 트루만 대통령 정권과 손을 잡은 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위기 앞에서 정치는 다음 문제이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라는 역사적 발언을 남겼다. 이 문장은 심각한 국외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국내 정치문제가 미국의 국익에 장애가 될 때 종종 인용된다. 가장 가까운 예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정치적 노선을 초월해 메인주의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코헨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했다.
노 당선자는 정치를 먼저 고려하기보다는 한국의 국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전문적인 역량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적 정서에 힘입어 선출된 만큼 정치적 당파성을 떠나 서로 협력하는 여유를 부릴 줄 아는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