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의학, 법률 용어 등은 관련업계 종사자 외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려운 한자말에 라틴어, 영어, 일본어 등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꿔쓰자는 움직임이 관련 학계와 국립국어연구원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고 있다.학술용어 쉽게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은 21∼22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국제청소년 센터에서 '우리학문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갖는다. 황건 교수(인하대 성형외과)는 이 자리에서 '의학용어와 환자·의사 사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전문 의학용어를 쉽게 써야 할 필요성과 그 방향을 제시한다. 황 교수는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현재 의학용어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전혀 의사소통이 안돼 환자에게 무력감과 불안을 준다"며 "모든 의학용어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안검'은 '눈꺼풀', '빈맥'은 '빠른 맥', '액와'는 '겨드랑', '쌍태'는 '쌍둥이' 등으로 써야 한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 의학용어는 대한의사협회가 2000년 의학 관련 한글용어를 수록한 '의학용어집' 네번째 판을 냈으나 널리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도 최근 제품설명서와 법조문의 용어와 문장을 바꿔 쓰기 위해 실태조사와 함께 개정용례 보고서를 냈다. 먼저 제품설명서의 경우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 불필요한 외국어,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초회량'은 '첫 회 복용량', 일본식 한자말에서 온 '취부'(取付) '절환(切換)하다' '거치(据置)시키다'는 각각 '설치' '바꾸다' '꽂다'로 바꿔 쓰도록 했다. 또한 법률용어도 지난 해부터 법무부와 함께 법조문 문장 개정시 협의하기로 하고 그 용례를 제시했다. '해태(懈怠)한 때'는 '제 때에 하지 않은 때'로, '자력(資力)'은 '자금능력'으로 바꾸자는 등의 의견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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