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배수로 압축되고 있는 새 정부의 각료 인선작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우선 경제부처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천명한 대로 안정 기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개혁 성향을 가미하려는 일관된 흐름이 포착된다. 경제부총리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이름이 다시 후보군에 진입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 총장의 경우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면서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 총장이 적극 추천하고 있는 김종인 전 수석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경제부총리를 포함, 경제부처 후보군에 관료 출신이 2∼3명씩 거론되면서 인수위 등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이 경합하고 있는 것도 안정과 개혁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획예산처 장관에는 최종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 등과 허성관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이 함께 후보군에 올라있다.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김병일 전 부위원장과 함께 김대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통일·외교·안보 부처의 경우는 남북관계, 한미관계 등에서 안정을 추구하면서 국내적으로도 보수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는 듯하다. 통일부 장관에 대북사업에 정통한 장선섭 경수로 기획단장,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정책노선을 갖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이 기류를 반영한다. 현정권에서 국정원의 요직을 거친 나종일 주영대사가 통일부, 외교부 양쪽에 모두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 장관에 그 동안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홍구 전 총리가 밀리면서 1994년 북핵 위기 때 외무장관을 역임했던 한승주 고려대 교수와 미국 사정에 정통한 반기문 전 차관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방부 장관의 경우, 김재창 전 국방개혁위원장, 조영길 전 합참의장, 이남신 현 합참의장이 후보군에 포함된 데 대해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강조해온 교육개혁, 사법개혁, 행정개혁 등에 관련된 부처에서는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교육·사회·문화 분야의 경우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가겠다는 뜻이다. 교육부총리에는 지방인재할당제 등 지방대 육성을 주장하는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이 추천된 것이 눈에 띈다. 또 전성은 거창샛별중학교 교장이 여전히 유력하고 성공회대 총장을 지낸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별도로 추천된 것도 교육개혁의 의지를 반영한다. 법무부장관에 최병모·강원일 전 특별검사 외에 판사 출신의 40대 여성 변호사인 강금실 민변 부회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검찰 인사에 대대적인 파란을 예고한다. 행자부 장관에는 지방분권과 행정개혁을 추진하라는 취지에서 일부 논란에도 불구, 노 당선자의 통추 시절 동료인 원혜영 부천시장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문화관광부 장관의 경우, 민예총이 내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철 전 의원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창동 영화감독 등 현장 예술인과 백낙청 서울대 교수도 거론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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