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의 청와대 비서관 중에 전문관료가 단 1명도 없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기 때문에 직급과 관계없이 영향력이 막강하다. 사명감과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함은 물론, 기능적으로도 우수해야 한다. 국정전반에 관한 청와대의 결정은 대부분의 경우 최종적인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결정과정에서 상호토론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이 절대 필요하다.노무현 당선자의 인사포석이 '개혁 청와대'에 '안정 내각'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당선자 주변인물과 운동권 출신 일변도로 짜여진 청와대 비서진이 국정핵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개혁을 지향하는 이념성(紅)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능적 전문성(專)이 조화를 이뤄야 함에도, 홍 일변도의 인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가치적 지향점을 공유한다는 명분만으로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 인적 구성이 단색적인 조직에서 다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의 청와대가 옥상옥 역할을 지양하고, 중요 행정기능의 상당부분을 총리실과 해당부처에 되돌려 주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청와대와 해당부처의 견해가 충돌하거나, 실천을 담보하지 못한 정책 결정이 이뤄질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출신 배경과 컬러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다 보면, 자칫 토론문화가 실종하고 해당부처나 유관기관에 대해 배타적이기 십상이다.
노 대통령의 청와대는 출발부터 엄청난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실험의 성패는 바로 국가의 진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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