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은 한겨울에 잎을 열어 봄에 만개한다. 동백꽃 여행은 겨울에서 봄으로 옮아가는 나들이다. 남쪽 해안선을 따라 동백꽃에 살이 올랐다. 겨울에 개화하지만 역설적으로 붉고 뜨거운 낭만을 풍기는 꽃. 막바지 겨울의 열정 넘치는 여행지를 찾아간다.선운사(전북 고창군)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미당 서정주의 시다. 동백꽃에 취한 노시인은 꽃을 보기 위해 한동안 산자락에 머물렀다. 선운사>
고창읍에서 20㎞ 떨어진 선운사는 봄의 동백과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특히 절을 감싸고 있는 선운산은 336m로 낮은 산이지만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린다. 깊은 골과 울창한 수림으로 사시사철 관광객과 산꾼이 끊이지 않는다. 하늘과 바다가 한 빛으로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낙조대를 비롯해, 학을 타고 내려온 신선이 놀고 갔다는 선학암, 봉두암, 사자암, 용문굴, 만월대 등 많은 명소가 있다.
선운사와 선운산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동백. 이미 드문드문 피기 시작했다. 4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동백숲은 선운사 뒤쪽 5,000여 평에 걸쳐 넓게 자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184호다.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의 평균 높이는 6m, 가장 큰 나무는 밑부분의 지름이 80㎝에 이른다. 숲 주변에는 다른 나무가 자라지 않아 순림에 가깝다. 꽃병풍을 보는 느낌이다.
선운사에는 동백 말고도 볼 것이 많다. 입구 바위 절벽에 있는 송악은 천연기념물 367호로 지정돼 있다. 수령 600년을 자랑하는 장사송도 명물이다. 역시 천연기념물(354호)로 지정돼 있다. 적송으로 큰 가지가 8개로 갈라져 있다. 우리나라의 8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고찰 선운사를 차근차근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한때 89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선운사에는 현재 도솔암, 참당암, 석상암, 동운암 등이 있다.(063)561-1422.
오동도(전남 여수시)
여수하면 오동도, 오동도하면 동백꽃이 떠오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기도 하다. 여수 중심가에서 차로 10여분 걸리는 오동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0m의 방파제를 15분 정도 걸으면 섬이다. 매표소와 오동도 사이에 동백열차가 운행되기도 한다.
3만8,000여평의 섬에는 동백나무, 산죽의 일종인 시누대 등 200여 종의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또한 5,000여 평의 잔디광장 안에는 1998년 5월 개관한 관광식물원이, 주변에는 70여 종의 야생화가 심어진 화단과 기념식수동산 등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좋다.
섬 전체를 덮고 있는 3,000여 그루 동백나무는 이르면 10월부터 한두 송이씩 꽃이 피기 시작한다. 2월 중순에는 약 30%정도 개화하다가 3월로 접어들면서 절정을 이룬다. 섬 전체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탐방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고, 종합상가 횟집에서는 남해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섬 안으로 들어가는 교통수단으로는 동백열차를 비롯해 유람선, 모터보트 등도 있다. 유람선과 모터보트는 오동도 입구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용굴, 병붕바위, 지붕바위 등 해안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돌산대교, 향일암을 다니는 유람선도 있다.
여수를 여행한다면 또 들러야 하는 섬이 있다. 돌산도다. 향일암이라는 걸출한 암자가 있다. 일출의 명소이자 4대 기도도량이기도 하다. 향일암에도 동백이 핀다. 붉은 일출과 붉은 동백의 조우. 이미 겨울은 없다. 오동도 매표소 (061)690-7304.
백련사(전남 강진군)
남도 답사의 1번지로 불리는 강진. 그 중에서도 백련사는 다산초당과 함께 강진에서 가장 알려진 명소다. 신라 문성왕 때(839년) 창건됐고 고려 원묘국사에 의해 80여칸으로 중창됐다. 고려 후기에 8명의 국사를 배출했다. 천태사상에 입각한 결사도량으로 침체된 불교의 중흥을 도모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백련사가 들어있는 산은 만덕산. 우리의 차문화가 비롯된 곳이다. 그래서 별칭이 다산이다. 정약용은 이 산의 별칭을 자신의 아호로 삼았다.
동백숲이 울창하다. 약 2만 편의 넓이에 3,000여 그루가 자란다. 모두 수령이 300년 정도 되는 것들이다.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돼 있다. 다른 동백보다 색이 붉다. 3월이면 만개하는데 때를 맞춰 동백꽃 축제도 연다. 단순한 꽃 감상에서 벗어나 나무와 사람의 자매결연 맺기, 백련사 차 체험, 사찰 음식 시식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다산초당을 빼놓을 수 없다. 18년간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등 대표적 저서를 지은 정약용의 지식발전소이다. 백련사에서 그리 멀지 않다. 만덕산의 동백숲을 따라 약 4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진정한 선비의 거처란 이런 곳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갈하고 소박한 집이다. 그러나 경관만큼은 빼어나다. 초당 옆 언덕에 오르면 강진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 섬들이 떠 있고 건너편으로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아련하게 들어온다. 안개가 살짝 끼면 환상적인 풍광이다. 백련사 (061)432-0837.
외도(경남 거제시)
옛날 거제도로 가는 길은 멀었다. 통영이나 삼천포에서 배를 타고 섬 남쪽 끝인 장승포항으로 들어가야 했다. 뱃길이 험했다. 그래서 관광지로는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1971년에 당시 통영군 용남면과 거제군 사등면 사이의 견내량해를 잇는 거제대교가 세워지면서 거제도는 남해안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있는 거제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외도해상농원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1등 공신이다.
구조라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20분이면 닿는다. 30년 전 한 개인이 섬을 사들여 관광농원으로 꾸몄다. 4만5,000여 평의 동백숲이 섬을 거의 뒤덮고 있다. 현재 약 20% 정도 꽃이 피었다. 동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샤인, 야자수, 선인장 등 아열대식물이 가득하고 은환엽유카리, 스파리티움, 마호니아 등 희귀식물이 눈길을 끈다. 편백나무숲으로 만든 천국의 계단과 정상의 비너스 공원도 이채롭다. 연산홍이 만발하는 4월에는 화려한 섬으로 변신한다.
동백, 대나무, 후박나무 등 자생식물로 이루어진 숲에는 동박새, 물총새 등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지방문화재 204호)도 발견돼 명물을 한가지 더 보탰다.
전망대 휴게실에서는 해금강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고, 악동들의 얄궂은 모습을 담은 조각공원, 야외음악당 등도 있다. 해금강 유람선 여행 때 들르는 코스로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이나 음식점은 없다. 관광농원 서울사무소 (02)2252-9400.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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