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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로 돌아온 명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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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로 돌아온 명계남

입력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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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 문화면이 아니고 정치면에 나오더군요." 지난해 신문 정치면에 자주 등장해 유명세를 탔지만 명계남(51)씨의 본업은 배우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충무로에서 '한국영화는 명계남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 두 종류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였다.그가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극단 차이무가 '生 연극시리즈' 두 번째로 3월 1일부터 4월 27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늘근 도둑 이야기'에서 그는 주인공인 '더 늙은 도둑'으로 출연한다. 권력자의 집에 들어간 힘 없고 빽 없는 두 늙은 도둑의 좌충우돌을 그렸다. 1989년 초연된 이 정치 풍자극의 주역을 명씨는 96년에 맡은 바 있어 7년 만의 재회이다.

연극판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독설은 여전하다. "여기저기에 엔터테이너로서의 자격을 잃었습니다. 어느 수준의 시청자라도 저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가벼움'이라고 할까, 그런 매력을 상실했지요. 절 좋아하던 사람이 많았는데 반 정도는 떨어져 나갔어요. 지레 정치적 색깔을 덧씌워 바라보는 게 불편하기 이만저만이 아닙니다."그래도 '늘근…' 흥행에 대해서는 "노사모가 8만 명이니까 많이 오겠죠"라며 웃었다.

따지고 보면 노사모 '짱'의 경력은 그의 수 많은 모습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8년 동안 회사원으로 외도를 했다. 이어 탤런트, 영화배우, 영화제작자로 바삐 돌아 다녔다. 97년 이후로는 이스트필름 대표로 이창동 감독과 함께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을 찍느라 무대에 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올해도 여배우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 '첼로'(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110만 명의 관객이 든 '오아시스'도 돈이 되진 못했다. "제작비를 아껴서 7개월 동안 18억 2,000만원에 찍었는데 마케팅 비용이 15억원이나 들었어요. 마케팅비는 프로듀서의 권한 밖입니다." 돈도 되지 않는 영화를 찍는 이유에 대해 그는 "좋은 영화가 계속 나오지 않으면 우리 영화도 언제 홍콩 영화처럼 일거에 무너질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때문에 진 빚을 다 갚으면 섬진강 근처에서 목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엉뚱한 계획을 밝히면서도 연극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욕을 내비쳤다. "배우는 택시기사와 비슷해서 누가 부르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독특한 직업입니다. 일단 무대에 서면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세계에서 관객과 기를 나눌 수 있지요."

그 동안 정치권의 참여 제의가 잇따랐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5명 이내로 만난 적은 네 번도 안 된다"며 "단지 유력 정치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능력이나 자질, 인생관이 검증되지 않은 채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신념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연예인을 흔히 공인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저는 이기적 엔터테이너입니다. 게으르고 구린 데도 많아서 인사청문회를 절대 통과하지 못해요. 또 회의도 싫고 서류만 보면 골치가 아프거든요."

그래도 노사모를 "각성한 개인의 느슨한 연대"라고 표현하면서 "참여하면 세상이 바뀌고 정치 참여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제도권에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계속 언론·사회 개혁운동에 동참할 뜻을 비쳤다.

불이 붙으면 원고 없이도 몇 시간을 떠들 수 있다는 명씨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자'가 가훈이고 '저지르자'가 행동강령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에 '저지른'연극을 두고는 "마음 편하게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혹시 명계남의 요즘 모습 때문에 불편하신 분들도 '명' 배우의 진면목을 보시게 될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참 같이하는 배우 아십니까? 박철민이라고 운동권에서 민주 대머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명 사회자 출신이지요. 제가 연출자에게 같이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02)762-001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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