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덜미를 잡힌후 김재박 현대감독은 "에이스 정민태의 그림자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2000시즌 팀을 한국시리즈정상으로 이끈 정민태(33)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뒤 해결사가 없어 번번히 큰 경기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감독은 정민태의 존재가 더없이 절실한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지난시즌을 끝으로 요미우리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김감독은 구단 프런트에 SOS를 쳤다. 에이스노릇을 할 뿐 아니라 팀분위기를 추스를 정민태를 다시 데려와야 올시즌 정상정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였다. 김감독은 요즘 정민태 복귀이후 확 달라진 선수들을 보면서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김감독은 노장들의 활약을 올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좌우할 키워드로 꼽는다. 전지훈련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지금 가장 주목받는 노장 4인방은 정민태를 필두로 이상훈(33·LG) 이종범(33·기아) 송진우(37·한화)등이다.
"작년 치욕 씻겠다"
이상훈 1993년 LG에 입단한 이상훈은 이듬해 18승을 올리며 팀을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등극시켜 LG의 신바람야구의 주역으로 성가를 높였다. 당시 사령탑이던 이광환감독과 다시 손을 잡고 올 시즌 선수상조회장으로 LG를 이끌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당한 치욕을 씻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 시즌 연봉 6억원으로 자존심을 세운 이상훈이 마무리투수로서 얼마나 제몫을 해내느냐에 LG의 V3가 달려있다.
"V 10 내 손안에"
이종범 "종범이가 살아야 기아가 사는데…" 지난시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김성한 감독이 뇌까리던 말이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국내무대에 복귀한 2001년 이종범은 구름관중을 몰고 다녀 프로야구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지난해 명가재건을 외치며 정상정복을 목표로 했지만 허무하게 무너져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다. 통산 10번째 우승을 목표로 한 기아의 운명은 이종범의 손안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구겨진 자존심 회복"
정민태 정민태는 일본에서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올 시즌 전부를 걸었다. 2년만에 국내 선수들을 상대하는 정민태는 "일단 마음이 설렌다"며 조심스런 속내를 비췄지만 "어느 때보다 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예전의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최고구속 145㎞의 씽씽투를 던지는 등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한 정민태는 올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99년 영광 다시 한번"
송진우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162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송진우는 올 시즌에 다승왕에 재도전하고 유승안 신임감독에게 포스트시즌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8승(7패, 방어율 2.99)으로 다승부문 2위에 머물렀던 한을 푸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면 일본에서 돌아온 후배 정민철(31)과 호흡을 맞춰 팀이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99년의 영광을 재현하는게 지상과제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송진우는 올시즌에도 15승이상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