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의 용의자 김대한(56·무직·대구 서구 내당동)씨는 2001년 4월 뇌졸중(腦卒中·중풍)으로 쓰러져 오른쪽 몸을 잘 쓰지 못하는 2급 지체장애인이다. 상해 등 전과 2범인 김씨는 병을 얻기 전에는 6년 동안 개인 화물차와 택시 운전을 했다. 부인은 청소용역회사에 다니며, 회사원 아들과 학원 강사 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김씨는 범행 당시 손과 발에 화상을 입는 바람에 병원 구급차에 실려 북구 J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 몇몇 목격자들이 범인으로 지목, 범행 2시간여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김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경찰이 조사를 계속했지만 "죽고 싶어 불을 질렀냐"는 추궁에 고개만 끄덕일 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경찰이 김씨 주변을 조사한 결과, 김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한데서 오는 심한 우울증 증세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8월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고, 자살 소동을 벌이다 파출소에 연행된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아들 김모(27)씨는 "아버지가 심한 우울증으로 자포자기하는 행동을 자주 보였고 정상적인 판단 능력도 없었다"며 "남의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자신이 치료 받던 병원 의사들이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병이 낫지 않는다며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휘발유 2통을 집으로 들고 가 "내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의사를 죽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년 전 지병을 얻은 뒤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도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지병 등으로 인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김씨가 자포자기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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