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그룹과 바비인형을 닮은 걸 밴드 일색의 가요판에 도전장을 내민 못난이 그룹들이 등장했다. 버블 시스터즈(Bubble Sisters)와 빅 마마(Big Mama). '수술 좀 하면? 살을 쫙 뺐다면?' 등 아무리 상상을 해 봐도 도무지 견적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분장을 하고 뚱뚱한 몸을 용감하게 흔들어 대는 이유는 '예쁘고 춤도 좀 되면 모두 가수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이쁜 것들 다 죽었어'라는 파격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버블 시스터즈는 얼굴 전체를 흑인처럼 검게 칠하고 굽슬굽슬한 퍼머 머리에다 잠옷 바람으로 무대에 서서 영화 '시스터 액트'를 연상시키는 흥겨운 율동에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버블송'을 부른다. 버블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멤버들의 이미지를 살려 지은 이름. '이쁜 것들 다 죽었어'라는 말에 대해 이들은 "노래도 못하면서 어리고 예쁘다는 이유로 '가수' 행세를 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검은 분을 칠한 이유는 "흑인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서 멤버 모두가 '흑인'처럼 꾸며 보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멤버들 모두 음악을 전공한 프로급 가수. 리더 격인 난다(25)는 중앙대 작곡과 출신이고, 노라(23)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나와 재즈 아카데미에서 보컬 강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수연(22)은 재즈 보컬리스트 윤희정의 둘째 딸로 통통한 외모와 굵은 음성까지 어머니를 쏙 빼 닮았다. 동아방송대 영상음악과에 다니는 막내 하루(21)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빅 마마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과 가수 휘성의 제작사인 M.BOUT측이 "외모 따지지 말고 정말 노래 잘 하는 여자 가수를 찾아보자"고 나선 끝에 발굴한 그룹. 타이틀 곡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의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는 벌써 인기 상승세. 수 많은 남자 손님으로 가득찬 한 술집에서 날씬하고 섹시한 여성 4인조 그룹이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인기를 끌지만, 알고 보니 이들의 노래는 립 싱크였고 실제로는 뚱뚱한 빅 마마 멤버 4명이 무대 뒤에서 땀을 흘리며 노래를 부른다는 내용.
신연아(31)는 한국 최고의 코러스팀 '빈칸 채우기'의 멤버로, 이지영(25)은 한상원밴드의 보컬로 활동했으며 이영현(22)과 박민혜(22)도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다. 놀라운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요계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이들이 단 한 장의 음반도 내지 못한 것은 남들보다 뚱뚱한 데다 노래 외의 색다른 끼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 이들은 외친다. "안 예쁘면 가수 못하나요? 우리는 정말 노래를 잘 해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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