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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지만 옥에 티도 많지요" / 실제 종사자가 본 "올인" "눈사람" "태양 속으로"의 직업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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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지만 옥에 티도 많지요" / 실제 종사자가 본 "올인" "눈사람" "태양 속으로"의 직업세계

입력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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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직업이 다양해졌다. 카지노를 무대로 한 SBS '올인', 강력반 형사와 여경이 등장하는 MBC '눈사람', 해군 장교가 주인공인 SBS '태양 속으로'…. 직업은 설정일 뿐 허구한 날 사랑 타령만 하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이들 드라마는 특정 직업 세계를 실감나게 그려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극적 재미를 위해 상황을 연출하다 보니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드라마 속 특정 직업의 세계는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를까.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카지노 핏 보스가 본 '올인'

카지노 경력 22년째인 강원랜드 여순미(43·여) 과장. 고교 졸업 후 공채로 카지노에 입사, 딜러 10년, 플로어 퍼슨(Floor Person) 10년을 거쳐 지난해 초 일정 구역을 관리하는 핏 보스(Pit Boss)가 됐다. 그는 "원래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올인'은 빼놓지 않고 본다"면서 "카지노 세계를 비교적 리얼하게 그리고 있지만 '옥에 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카지노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핏 보스가 되려면 최소 15년에서 20년 가량 걸린다. 이병헌처럼 딜러도 아닌 보안직원이 일약 핏 보스로 발탁되는 일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재미동포 도박사가 딜러(송혜교)를 지정해 종일 게임을 벌이는 내용도 무리가 있다. 딜러가 한 테이블에 있는 시간은 통상 20분 안팎이며 40분 단위로 휴식을 취한다. VIP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원하는 딜러를 붙여줄 수도 있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교체한다. 아무리 뛰어난 도박사나 딜러라도 스트레이트로 이겨 한꺼번에 수 십억을 딴다는 설정은 억지다."

송혜교의 딜러 연기에는 합격점을 줬다. "진짜 연습을 많이 했나 보다. 하지만 딜러가 근무복을 입은 채 호텔 로비 등을 돌아다니는 일은 금물이다." 여 과장은 " '올인' 방송 이후 TV 등에서 취재나 촬영하러 오는 사례가 늘었다" 며 "카지노가 건전한 성인 놀이문화의 하나로 자리잡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경찰이 말하는 '눈사람'

도봉경찰서 수사2계 양현희(36·여·사진) 경사는 대학 1학년 때 경찰 시험에 합격, 학교를 그만두고 경찰에 투신했다. 연욱(공효진)처럼 파출소 순경에서 시작해 서울경찰청 경호대, 교통 경찰, 외근 형사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우리 경찰서에서 '눈사람'을 촬영하고 있는데,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란 위험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를 왜 지원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력반 형사 필승(조재현)이 일부러 처제를 유치장에 가두는 장면이 방송됐는데 말도 안 된다. 유치장에 남녀가 같이 수감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형사는 통상 조를 짜서 움직이는데 호스트바 단속 때 연욱이 혼자 호스트 대기실로 들어갔다가 총을 빼앗기고 인질로 잡힌다거나, 필승과 연욱이 제압한 범인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은 채 등을 지고 서서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다가 역습을 당하는 장면 등도 눈에 거슬린다."

양 경사는 특히 "경찰이 아무 생각 없이 법을 어기는 장면이 나가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13일 방송 분에서 정복 차림의 연욱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을 하고 휴대폰까지 받는 장면이 방송돼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양 경사는 "드라마 덕분에 여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반갑다"면서 "법을 다루는 경찰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만큼 제작진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군 장교의 눈에 비친 '태양 속으로'

주인공 강석민(권상우)과 같은 참수리(고속정) 정장인 해군 2함대 소속 김창호(29·해사 51기·사진) 대위는 "TV에 해군 유니폼이 수시로 등장하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출동할 때는 비디오로 녹화해 두었다가 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만큼 아쉬움도 크다. "생존 훈련 장면에서 조교가 해병대 상징인 빨간 팔각모를 쓰고 나와 해군과 해병대 모두 거세게 항의한 일이 있다. 수병인 정태우가 수시로 외출하고 장교에게 버릇없이 구는 등 기강이 해이하게 그려지는 것도 불만이다. 긴 머리도 눈에 거슬린다. 해군의 규정은 '앞머리 7㎝'로 다른 군보다 긴 편이다. 바다에 빠졌을 때 쉽게 건져내기 위해서다. 그래도 마 중사를 제외한 인물들의 머리는 지나치게 길다. 탤런트들의 프로 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권상우의 생활도 실제 참수리 정장과는 너무 동떨어져있다. "정장은 30명의 대원들을 거느리며 늘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극중에서처럼 한가롭게 연애할 여유가 없다. 특히 권상우가 명세빈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대원들이 모두 몰려와 촛불로 하트를 그려준 장면이 방송됐는데 실제였다면 당장 징계 감이다."

그는 "'옥에 티'를 꼽자면 한이 없겠지만 TV 드라마를 통해 해군의 작전이나 근무 중 어려움이 소개돼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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