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60대 중반의 여성으로 오래 전부터 앓아오던 신경통이 악화하면서 최근에는 아예 누워지냅니다. 남편이 제 대신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남자 손길이라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아들 형제는 모두 분가해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만 '바쁘다'며 부모를 자주 찾지 않습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사는 큰며느리도 시아버지가 식사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한 달 전에 다녀간 뒤로 얼굴도 내비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모두 어쩜 이리 매정할까요? (서울 상봉동 우씨)
답>댁이 두 아들을 쭈르르 낳아 놓으실 때에는 장차 늙으면 큰아들을 데리고 사시면서 세 끼 큰며느리가 해 올리는 더운 진지 드시면서 손주 끼고 사실 것으로 아셨지요. 오늘 이 모양이 되실 줄 어찌 짐작이나 하셨겠습니까? 세월과 인심의 변화가 무섭군요.
우선 바깥분과 두 아들과 의논해서 종합병원 신경과에 입원해 종합진찰을 받으십시오. 그러면 병명과 함께 웬만큼 호전시킬 치료법이 나옵니다. 만일 난치로 결론이 나면 가족, 의료진, 병원, 사회사업가와 합동회의를 거쳐 대책강구를 하십시오.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의논하시면 모두에게 납득이 가서 자연히 댁을 도와드릴 방법이 나오리라 봅니다.
종합진찰을 마다 하실 때는 자칫 댁이 아들 며느리들을 혼내려고 심술 부리신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지금 젊은 사람 치고 누가 시부모를 모시기 좋아하겠습니까? 그래도 가까이 살아드리는 큰며느리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집니다. 며느리들도 요즘은 자아실현이라는 명분을 걸고 경쟁적으로 취직하려 기를 쓰니 가운데에 낀 아들들만 속이 타지요.
이제는 남아선호도 물 건너가고 있습니다. 팔자이려니 여기시어 며느리에게 섭섭한 마음을 일단 접어두고, 댁 부부의 힘으로 생활할 방책을 세우십시오.
청소와 세탁은 일주일에 하루 파출부를 불러 해결하시고, 하루 한끼만 밥을 짓고 두 끼는 전자렌지에 데워 들며, 찌개거리를 포함해 조리된 반찬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오도록 바깥양반에게 부탁하십시오. 참으로 어렵지만, 며느리에게 선수를 쳐 "고맙구나. 바쁜데도 자주 찾아주니 민망하다. 우리 걱정은 않아도 된다"고 정을 보이시면 의외로 효과가 있겠지요.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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