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揚子)강 중류에 건설 중인 싼샤(三峽)댐 현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댐답게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중국인들이 서부 대개발을 언급할 때 싼샤댐부터 거론하는 이유를 알 듯 했다. 2050년까지 서부를 개발한다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이 이곳에 응축돼 있다는 현지 주민들의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싼샤댐 현장은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에서 굽이굽이 협곡 길을 30분 동안 차로 달려서야 나타났다. 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한 가운데 현장은 목측으로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광활했다. 날씨가 추운데도 대형 크레인 6대가 바삐 움직였고, 멀리 보이는 인부들은 분주히 일손을 움직였다.
공사 현황 1992년 시작된 싼샤댐 공사는 최대 난공사인 물막이 공정을 대부분 끝내고 시범 수력 발전(9월)을 앞두고 있다. 댐의 웅장한 모습은 거의 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댐은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35m 규모로 2009년부터 일본 전체 담수량과 맞먹고, 한국 소양호의 27배에 달하는 390억 톤의 물을 저장하게 된다. 또 1일 1,800만㎾의 전기도 생산할 예정이다.
안내원 우샤오옌(吳宵燕)씨는 "신해혁명 후 쑨원(孫文) 선생이 계획했던 이 댐 건설이 이제야 완공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샨샤댐 공사는 크게 4개 공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막이 제방과 수문 건설, 발전기 26개를 가동해 어지간한 원전 18기의 발전 용량을 지니게 될 발전소, 1만 톤급 선박 두 척이 댐을 넘나들 수 있는 갑문식 운하, 3,000톤급 선박을 20분 만에 끌어올릴 수 있어 '두레박'으로 통하는 대형 리프트 부분 등이다.
물막이 공사는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고, 운하 건설 공정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댐 옆 산 전체를 깎아 운하를 건설하는 현장은 신이 손가락으로 산 가운데를 눌러 움푹 판 모양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선박의 댐 통과를 가능케 해 줄 이 운하는 길이 1,100m, 너비 34m, 수심 5m 규모로 물막이 공사 못지 않은 난공사다.
개발 효과 2009년 이후 싼륡댐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양쯔강 홍수가 100년 단위로 늦춰진다. 홍수 때마다 수십억∼수백억 달러의 재산 손실에 매년 여름 4개월 간 양쯔강 주변 주민들을 잠 못 들게 한 악순환이 사라지는 것이다.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서부와 중원의 에너지를 담당한다.
양쯔강 하류 상하이(上海)와 서부 대개발의 입구 충칭(重慶)간 물길 2,500㎞는 서부의 핵심 물류 인프라로 부상하게 된다. 당국은 이 물길을 이용하면 30% 정도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싼샤댐 운영회사 자체가 연간 매출액 8조 위안의 중국 최대 상장기업으로 등장해 서부 대개발의 견인차가 된다. 연내에 상하이 증시에 상장될 이 회사는 전기요금을 현재보다 싸게 책정할 예정이어서 중국 기업의 원가절감에도 적잖이 기여하게 된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이 싼샤댐 운영회사 지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싼샤댐은 중국 최대 관광지 중 하나로 떠올라 지역 경제와 주변 도시의 팽창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건설 현장 주변에는 20만 명의 공사 인력을 위한 위성 도시들이 들어서 있고, 새로 공항을 갖춘 이창시는 팽창일로에 있다.
매머드 건설 거점을 확보해 개발의 효과를 확산시키려는 서부 대개발의 의도가 이곳에서 확인되는 듯했다.
안내원은 "댐 건설로 불가피하게 웅장한 자연이 훼손되는 피해가 발생하지만 경제적 이익은 너무도 크다"며 "고대부터 중국인들의 꿈인 양쯔강 통제는 21세기 중국의 지도를 바꾸는 작업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양쯔강 오염·유적수몰등 큰 대가 치러
싼샤댐은 그 규모만큼이나 큰 환경적,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댐 완공 후 유량 감소로 촉발될 양쯔강 수질 오염이 우선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강의 흐름이 완만해지면 강바닥의 퇴적물이 10배 이상 늘어 수질 오염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인근 3,000여 개의 공장과 광산에서 쏟아내는 연간 100억 톤 이상의 산업폐기물과, 양쯔강 인근 거주민 3억5,000만 명의 생활하수로 이미 몸살을 앓고 있는 양쯔강의 수질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현재도 댐 인근 이창(宜昌)시를 흐르는 양쯔강은 폐수로 오염돼 시커먼 빛을 띠고 있다. 주민들은 "댐 건설 자재를 대기 위해 부근 산림 300여 곳도 다 파괴됐다"고 말했다.
손수앙(孫雙·이창시 대외무역회사 부주임)씨는 "앞으로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며 "현재의 개발 방식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댐 인근 하천에 50여 개의 오폐수 처리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가급적 환경친화적인 건설자재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 환경 관련 업체의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우리 기업들의 관측이다.
역사적 유물과 유적지가 수몰되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이다.
유비와 장비가 활약했던 삼국지의 무대(옛 이름 형주)였던 이곳의 유물, 유적들이 잇따라 자취를 감추고 있다. 유비가 최후를 맞은 백제성 유적지는 조만간 사라지며 적벽대전의 무대, 초사로 유명한 굴원의 유적지 등이 물속에 잠긴다.
싼샤댐은 한국의 기온 상승과 서해 및 동해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기상학회는 최근 양쯔강 물 해양 유입 감소는 서해와 동해의 염분 농도 증가를 유발하고, 양쯔강 상류에서 형성돼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기압골에도 영향을 미쳐 한반도의 가뭄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1993년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인 반체제 환경운동가 따이 칭은 "환경 및 문화재 보전에 필요한 자금도 건설비만큼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섭기자
■ 서부대개발은
―서부는 어느 지역을 말하나.
충칭(重慶)시, 쓰촨(四川) 구이저우(貴州) 윈난(雲南) 산시(陝西) 깐수(甘肅) 칭하이(靑海)성, 시장(西藏)자치구, 닝샤(寧夏)회족자치구,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내몽골자치구,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등 12개 직할시·성·자치구를 지칭한다. 중국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낙후지역이다.
―무엇을 어떻게 개발하나.
2000년부터 2050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먼저 인프라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싼샤댐, 동서부간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연결 및 송전망 구축 등 대형 건설 사업을 추진해 산업화의 기반을 닦고 있다. 서부는 너무 넓어 단번에 개발할 수 없다. 그래서 곳곳에 중점 도시를 건설해 거점을 확보하고 이 거점을 연결해 선을 형성한 뒤, 이후에 선과 선을 면으로 확대하는 점-선-면 전략을 쓰고 있다.
―사업 전망은 어떤가.
이 사업은 서부 내륙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중국 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이룬다는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동남부 연안과 서부의 경제격차에 따른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목적도 다분히 포함돼 있다. 따라서 투자로만 본다면 과도한 것일 수 있다. 서부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서부 인구는 계속해서 동남부 연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고, 서부 주민의 소비지출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에는 어떤 기회로 다가오는가.
새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은 서부 중점 도시인 청뚜, 시안, 충칭 등의 인구 규모는 1억 명을 웃돈다. 서부 개발은 자원 개발이기도 해 자원 확보의 기회도 될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나.
세계적인 대기업만 해도 토요타, 모토로라, 월마트 등 80여 개가 진출해 있다. 일본의 경우 충칭 지역에만 80여 개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SK, 포스코 등 40여 개가 진출해 있다.
/우한=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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