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의 투자신탁(펀드) 상품 판매잔액이 20조원에 육박, 증권사들의 영업기반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시중은행의 투자신탁상품 판매잔액(누적 판매액에서 만기가 끝난 상품 제외)은 19조3,379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31.9%(4조6,722억원) 급증했다. 이는 시중은행 전체 원화 수신액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은행들의 투신상품 판매액은 1999년 말 2조6,580억원, 2000년 말 8조1,280억원, 지난해 말 14조6,657억원 등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했다.
판매잔액은 국민은행이 9조1,230억원으로 시중은행 전체 판매액의 47.2%를 차지, 점포 수와 고객수가 많은 대형은행의 위력을 보여줬다. 은행별 증가액은 신한은행이 1조2,0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미은행(1조574억원), 우리은행(7,605억원) 등의 순이었다.
상품별 판매액은 채권형이 52.2%(10조969억원)로 가장 많았고,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30.8%(5조9,539억원), 혼합형 9.7%(1조8,784억원), 주식형 7.3%(1조4,087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은행의 투신상품 판매잔액은 국내 투신사 및 자산운용사의 전체상품 설정액의 11.1%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투신상품 판매사인 증권사의 영업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은행권은 수수료 수입과 고객 확보를 위해 투신상품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어서 증권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투신상품을 대행 판매할 경우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과 고객 확보에 유리하고 투신사들은 은행창구를 영업망으로 활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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