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2주전의 경우 1등 상금이 몇 주 동안 쌓여서 그 금액이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인지 너 나 할 것 없이 복권사기에 나섰고, 급기야 판매액이 2,000억원, 1등 상금 총액이 700억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어떤 사람은 몇 십 만원 어치를 샀다고 하고, 또다른 사람들은 카드 빚으로 복권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투자동아리가 생겨 공동으로 복권을 구입하기도 했다.로또 복권은 1에서 45까지 숫자에서 여섯 개의 당첨 숫자를 맞추는 게임으로, 1등이 될 확률은 800만 분의 1을 넘는다. 더러는 이 확률이 벼락을 서너 번이나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하고, 더러는 항공기 사고를 당할 확률의 몇 분의 1 이라고 한다. 상금은 전체 판매금액의 반 정도이며, 1등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오면 상금을 나누어 가진다. 따라서 복권 구입자들은 평균적으로 뻔히 손해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복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통상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좋은 일에 대해서는 그 확률을 높게 평가하고 나쁜 일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탄 비행기가 사고날 확률은 낮게 평가하는 반면, 백화점 경품 행사에서 자신이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높게 본다. 따라서 확률을 잘 모르는 각종 경품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로또는 확률이 주어져 있으므로 이렇게 해석될 수는 없다. 로또 복권에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1등 상금을 타면 그야말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로또 복권 열풍이 이런 사실 때문으로만 설명된다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로또 사업은 서로 돈을 모아 몇 명이라도 부자가 되어보자는 심리에 편승해, 정부가 노름판에 끼여 개평을 뜯는 사업이 아닌가?
그렇지만 필자는 로또 열풍을 이렇게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위험을 즐겨 하는 공격적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성향을 잘 살리면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복권이나 각종 사행 산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복권은 사실 여러 사람이 돈을 보태어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므로, 전체 몫이 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증권시장의 경우에는 투자자를 모아 산업자금으로 활용해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으므로 전체 이익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복권 때문에 증시자금이 빠져나갔다는 농담에 대해서 정부당국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실 현재 재정수입을 늘리고 좋은 일에 돈을 쓴다는 명분 아래, 각종 복권 카지노 경마 경륜 소싸움 개 경주 등 온갖 사행산업을 정부나 공공단체가 관장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 하려는 의지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이런 사업에 몰두하기 보다 증권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를 갖추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인하, 경영투명성 제고, 기관투자가 육성 등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창업과 생산적인 투자의욕에 연결시키려는 사회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창업교육에 대한 지원, 투자금액에 대한 세액 공제, 창업기업에 대한 세제와 금융상 지원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복권 열풍을 창업 열풍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대박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꾸준한 노력으로 미래가 좋아진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이는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내국인도 기업하기 좋은 사회로 연결될 것이다.
홍 기 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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