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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8> 미래 문제에 도전하라 ― 조지아대 토렌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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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8> 미래 문제에 도전하라 ― 조지아대 토렌스 센터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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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빠지고 깊이 추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의 강점을 알고 자랑스러워하고 익히고 계발하고 쓰고 개척하고 즐겨라. 타인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져라. 당신의 재능을 이용한 자신만의 게임을 즐겨라. 도움받을 스승을 찾아라.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하라). 서로 의존하는 요령을 익혀라."평생 '창의성'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천착한 폴 토렌스 조지아대 명예교수.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위의 7가지 금언으로 집약했다. 우리의 현실은? 부모의 기대가 어깨를 짓누르고, 남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며, 뭐든 잘해야 우등생이라는 강박관념이 창의성의 목을 조른다.

조지아대 토렌스 센터가 위치한 곳은 농촌 정취가 물씬한 남부 조지아주의 애튼스시. 1974년 이 곳에서 한 고교의 영재들을 위해 미래문제해결 프로그램(Future Problem Solving Program)이 시작됐다. 지금은 미국 41개주와 외국에서 매년 30만명이 참가한다.

초·중·고 학생 대상의 이 프로그램은 25년 뒤 미래를 주제로 경연을 벌이는 창의성 계발 프로젝트. 미래에 닥칠 문제와 그 아래에 깔린 과제를 찾은 뒤, 해결 아이디어를 모아 기술적으로 타당하고 효율적이며 합법적인 해결방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팀별 문제해결, 지역문제해결, 시나리오 작성, 행동기반 문제해결의 4부문으로 진행된다. 매년 6월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시상한다.

학생들의 상상력은 기발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시나리오 작성 부문의 지난해 수상작을 살펴보자. 고등학생 1등 수상작 '7번 역'은 현재의 인터넷이 해킹범죄로 인해 '인터넷 대안 넷(IVN)'으로 대체되었으나, 이 마저 위기에 빠지는 통신산업의 미래를 그렸다. '희망의 성분'으로 1등상을 받은 초등학생은 환경오염으로 황폐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여행에 나선 과학자의 아들이, 외계 행성에서 필요한 성분을 발견한 뒤 지구의 구원과 외계 행성의 생태계 파괴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수잔 윈스테드(조지아대 교수) 토렌스 센터 소장은 "쓰레기 처리 문제, 천연기념물 보호방법 등 학생들의 제시한 해결책이 현실에 적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9·11 테러후 미국에서 반이슬람 감정이 악화하자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슬람교 본연의 정신은 테러에 반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지역갈등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몇 년 전 참가자 중엔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를 예견한 학생도 있었다. 윈스테드 교수는 "그는 항공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며 "정부가 그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9·11 테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말했다.

올해의 주제는 날로 발전하는 의학기술이 스포츠를 어디까지 가능케 할 것인가, 전자상거래가 전통적인 기업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나노테크놀로지의 미래는 무엇인가, DNA 정보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위성을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 통신의 발달이 어떤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등이다.

미래문제해결 국제 사무국이 전문가들을 동원해 주제를 추출하고, 숙련된 평가자들이 파급효과, 적용가능성, 독창성, 명료성 등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사무국측은 참가비를 대주지 않고 대신 기업의 지원 등을 받도록 권유, 일찌감치 기금을 마련하는 요령을 익히도록 한다.

토렌스 교수의 수제자인 보니 크레몬드 조지아대 교수는 "교사들이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도움을 주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비교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라며 "미래문제해결 프로그램은 창의력과 분석적 사고를 키워준다"고 말한다.

크레몬드 교수는 창의성을 키우는 몇 가지 방법을 조언했다. 첫째 부모의 규제가 너무 엄격해선 안 된다. 둘째 남과 다르다는 것을 격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축되고 좌절하기 쉽다. 셋째 블록처럼 능동적이고 스스로 만드는 놀잇감이 좋다. 비디오 같은 완결되고 수동적인 놀잇감은 창의성을 키우지 못한다. 또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크레몬드 교수는 "미국의 이름난 수학자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듯 자기가 성장한 문화권 밖에서 창의성을 꽃피운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애튼스(미 조지아주)=김희원기자 hee@hk.co.kr

■폴 토렌스 명예교수

폴 토렌스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창의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계발할 수 있는가 하는 주제에 한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조지아대 인근 자택에서 만난 토렌스 교수는"모든 사회는 영재에게 의지하며, 영재의 핵심은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뛰어난 창의성이란 예술 분야의 영재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인 인물이 있다. (수학자든, 예술가든) 창의적 사고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창의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이 실제 성장해 창의적 업적을 남겼나.

"20년에 걸친 추적연구를 했다. 물론 창의성을 잘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창의성을 유지하고 발휘하는 데에는 용기, 인내, 목적의식 등 개인적 성향과 동기의 영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성장할수록 이런 요소가 더 중요하다."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어린 아이는 호기심과 창의성이 왕성한데 부모의 규제에 의해 사장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은 창의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창의성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환경에 의해 계발된다."

―지능과 창의성은 어떤 관계가 있나

"큰 관련은 없다. 검사를 해보면 지능이 높은 학생그룹과 창의적 학생그룹은 30%만 겹친다. 지능검사로 영재를 선발하면 창의적 학생의 70%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어 창의성은 지능과 관련이 있으나 그림 창의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언어 창의성은 시를 쓰거나 표현하는 능력과 관련되고 그림 창의성은 건축, 축구 등 시각·공간적 능력과 관련된다)."

―창의적인 사람과 지식이 많은 사람의 사회적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수많은 발명을 했지만 특허를 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불평하는 것을 아이디어로 삼아 만든 것 뿐인데 어떻게 이익을 취하느냐'는 것이다. 현실에서 문제를 보고 불평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

/김희원기자

폴 토렌스 교수는 언어와 그림을 이용, 창의적 사고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창의성 검사(TTCT)를 고안해냈다. 언어 검사는 주어진 그림을 보고 궁금한 점, 이 상황이 일어난 이유, 다음에 이어질 상황 등을 가능한 한 많이 적도록 한다. 그림 검사는 주어진 간단한 도형을 넣어 그림으로 그리고 제목을 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매우 주관적인 평가 같지만 토렌스 센터에서 연수를 받은 평가자들의 채점 결과는 90% 일치한다. 보편적인 답변(예컨대 원을 이용해 공을 그리는 것)은 감점대상이며, 세부묘사는 자세할수록 가점된다. 또 같은 범주의 언어를 이용한 답은 아무리 많아도 점수에서 빠진다. 이러한 평가 기준이 일일이 정해져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막힌 그림보다는 열린 그림을 그리고, 도형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그림을 그린다. 또 별개의 문제를 연결해 그린 그림은 창의성이 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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