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만큼 '어리석은' 질문과 '당연한' 대답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곳도 드물다.식당에 들어가서 "이 집 음식 맛있어요?"하고 물어보는 식이다. 맛 없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세상 어디에 있겠으며 자기네 음식이 맛 없다고 말할 주인이 어디 있겠는가? 서양 명언에 "이발관에 와서 머리카락을 깎을 때가 되었는지 물어보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이발사가 보기에는 설령 스님이라도 당연히 머리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증권사를 찾아와서 "지금 주식을 사야 됩니까?" 하고 물어보는 것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증권회사 직원을 '까마귀'라고 빗대는 사람도 있다. 일본말로 사자(buy)가 '까이(買)'인데 증권맨들은 매일 "까이 까이"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비슷한 예로 주식을 엄청 들고 있는 펀드 매니저한테 "주식이 올라갈 것 같으냐?" 느니, "(갖고 있는) 주식 중 어떤 것이 좋으냐?"고 물어보는 식이다. 나름대로 연구하고 분석하고 고민해서 산 주식인데 나쁠 리가 없고, 자신을 믿고 맡긴 돈을 당연히 올라가는 시장에 투자한 것인데 떨어질 거라고 믿는 펀드 매니저는 없을 것이다.
증시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자기 회사가 인수한 기업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한 애널리스트가 문제가 된 일이 있다. 주인이 도매로 떼어온 물건을 나쁜 거라고 떠벌릴 수 있는 종업원이 있을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또 누군가에게 항상 물어보고, 또 대답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시장이 어렵다 보니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의 말을 듣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속타는 이들을 달래주는 위로의 말도 쏟아지고 있다. 매번 상승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쓰라린 경험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무조건 '사라'고만 노래부르는 증권 풍토가 많이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증시에는 시장 참여자별로 나름대로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답답한 마음에 물어보는 것은 좋지만 대답하는 사람의 '한계'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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