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수급의 해빙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지난달 하순을 고비로 증시주변으로 기관과 개인의 자금이 돌아오고, 연·기금 등 '큰 손'들의 주식 매수세가 시작되면서 증시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북핵 위기 등 한반도 안보위험(컨트리리스크) 고조와 유가급등, 수출둔화 우려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두터워 일부 수급개선 정도로는 추세전환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빈사상태'인 증시에 희망과 기대를 불어넣을 '보약'임은 분명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증시 주변자금 회귀
고객예탁금은 전 주말 현재 8조1,000억원대를 기록, 지난달 24일 저점 당시보다 5,600억원 가량 늘어났다.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증권(순수+ 혼합) 잔액도 지난달 27일 저점 대비 2,600억원 정도 증가했다. 또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지난해 주식배당금 중 소액주주 몫은 저가매수를 위해 조만간 증시로 환류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주변자금의 이 같은 회복세는 곧바로 주식에 투자되지는 않더라도 자금운용주체들의 투자심리가 다소 변화하고 있는 점을 시사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수급개선의 최대 화두는 단연 연·기금 등 '큰 손'에 대한 기대감. 올해 4조9,000억원의 증시 신규투자를 결정한 연·기금의 좌장격인 국민연금이 13일과 14일에 걸쳐 8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을 신호탄으로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실탄'을 쓰기 시작한데 이어 다른 연·기금의 움직임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민은행도 최근 이사회에서 1조원규모의 주식투자를 승인함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부터 해당종목에 대한 투자를 순차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도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초부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70%를 증시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관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 최근 투신권은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투신권은 14일 532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는 최근 5거래일째 순매수 기록이다.
추세전환에는 미흡
수급개선 기대감에 따라 각 증권사는 벌써부터 연·기금의 전통적 선호종목인 배당투자 관련주나 내수관련 소비주 등 구체적 업종에 대한 매수 추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수급개선 기대감이 추세전환을 이끌어 내기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웅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예탁금 증가 등 일부 수급개선 움직임은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추세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거시경제측면의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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