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대북 사업권 획득과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도움될 것으로 생각해 총 5억달러를 북에 송금했다."대북비밀지원 의혹과 관련, 정몽헌(鄭夢憲)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14일 청와대의 공식발표와 대동소이하다. 발표 내용이 너무나 비슷하고, 대출 및 송금과정 등 밝히길 거부한 대목까지 일치해 사전에 양측이 입을 맞추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이날 현대가 공개한 방대한 내용의 7대 대북사업은 이 정도 사업 대가가 5억달러 뿐일까하는 의혹만 보탰다.
송금액 5억달러가 전부인가
5억달러는 대북경협사업의 '대가'라는 해명이지만, 이날 현대측이 밝힌 대북사업의 내역을 보면 '과연 5억달러가 전부일까'라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현대는 개성공단조성 사업은 물론 철도, 통신, 전력, 수자원, 비행장 등 북한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업권을 대북송금의 대가로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강산관광사업 한 건에만 9억4,2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점을 감안하면 5억달러가 전부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야당에서는 가뜩이나 대북비밀 송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5억 달러 송금내역 왜 못 밝히나
2000년 당시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총체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던 현대가 5억달러의 거액을 어디서 마련해서 어떻게 송금했는지가 의문이다. 정 회장은 이날 대북송금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한 내용을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달라"는 말로 즉답을 피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대북송금 5억달러'와 관련, 이제까지 확인된 액수는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9일 송금한 산업은행 대출금 2억달러가 전부. 그마저도 국정원의 '환전편의'가 있었다는 청와대의 해명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송금주체와 송금계좌, 전달경로 등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의혹규명에는 미흡하다는 평이다.
현대의 독자적 판단인가
대북송금이 현대의 독자적 결정이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대북사업 과정에서) 정부 당국의 깊은 이해와 협조가 불가피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4,000억원 산은 대출 등 현대상선의 자금조달과 현대 각 계열사를 동원한 대북 비밀송금 과정에서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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