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에게 '최초'라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단어다. 전인미답의 불모지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으면 '탁월한 비전'을 가진 기업으로 주목 받는데다 시장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정답'이라기 보다 '모범답안'에 가깝다.'마켓 리더의 조건'의 저자들은 10년 간에 걸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 개척기업이 마켓 리더가 된다는 통념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률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66개의 시장과 그 안의 기업을 심층 조사해 실제 시장에서 '개척기업'이 오랜 시장 지배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자리를 내주었고, 초창기 인터넷서점이었던 '시엘북스닷컴'도 '아마존'에게 지배력을 뺏겨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잇는 맥도널드와 질레트, 페더럴 익스프레스 등은 시장 개척자들이 아니다.
저자는 '비전·끈기·헌신·부단한 기술 혁신·자산 레버리지(leverage)'라는 다섯 가지 요소에 중심을 두고 기업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다. 빠른 배송을 위해 창고의 규모를 넓혔고 최고의 포장 상태로 고객들의 만족을 얻었다. 단기적인 수익이나 월스트리트의 반응을 고려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대담한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오늘의 아마존은 시장개척자가 아닌데도 50억 달러가 넘는 주식가치를 가지게 됐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와 오랜 연구결과로 얻어낸 연구 자료는 과거 마케팅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이 시장 변화가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저자의 말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城難)-일을 시작하기는 쉬워도 이룬 것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비전과 끈기가 필요한 곳이 어찌 기업 뿐일까.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는 이 책은 기업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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