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측근들이 밝힌 내용에서 더 나아간 것이 거의 없다. 정 회장은 "7대 대북 사업의 대가로 북한에 5억달러를 송금했으며, 이것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 이 정도가 새롭다면 새로운 부분이다.정 회장은 현대와 북한 간의 여러 사업을 설명하면서, 남북한 특수 관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것으로는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의문만을 더욱 키우게 됐다.
정 회장은 의혹의 초점인 대북 송금 문제와 관련, 북한과의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었다면서 경험 부족에서 의욕이 앞선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 최고의 재벌 총수로서, 어려운 대북 사업의 총 지휘자로서 '본의 아니게 일으킨 물의'란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핵심 문제인 4,000억원 대출이나, 현대건설 현대전자의 북한 송금설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국민적인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 사업을 선전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회견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준다.
현대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이는 현대의 투명성 신뢰성 윤리성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과도 관계가 깊다. 어렵게 진행되어 온 재벌 개혁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우려가 있다. 남북 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문제가 현대 차원에서 그칠 사안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가 숨기거나 비밀로 할 내용이 왜 그렇게 많은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진실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현대가 계획대로 북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현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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