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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청와대 사정팀 부활 안될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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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청와대 사정팀 부활 안될말

입력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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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청와대에 직속 사정팀이 설치될 전망이다. 이는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지 않고는 국정과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는 인식과, 5년 후 불명예 퇴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하필이면 사정팀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역할, 운영방식, 감찰대상 등을 과거 사직동팀과는 전혀 다르게 한다고 하지만, 간판만 바꿔 재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우선 새 사정팀이 대통령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권력기관으로 여겨지거나 스스로 통상의 사정기관 위에 군림해 권한을 남용하고 비리를 은폐 축소했던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국민적 신뢰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가뜩이나 청와대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터에 직속 사정기관까지 생기게 되면 청와대에는 또 하나의 완벽한 작은 정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할 것이다. 이는 권한을 분배하고 간섭을 줄이겠다는 노 당선자의 국정운영 방침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노 당선자도 수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이 나라는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의한 법과 제도에 따라 다스려지는 법치국가다. 따라서 사정팀의 부활과 비서실의 비대화는 '청와대는 작아져야 하고 그 권한도 줄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배치된다. 사정팀의 설치와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도 애매하다. 수사 전단계인 내사를 청와대 내의 부서가 담당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며 이를 누가 지휘할 것이고, 누가 권한의 남용을 통제· 감시할 수 있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물론 사정팀의 활동은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값진 경험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청와대 사정팀만으로 수행될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친인척 비리나 권력형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결코 친인척 관리를 위한 사정팀이 없어서가 아니다. 민정수석실, 국가정보원, 경찰 등에서 겹겹이 감시· 관리했지만, 그 기관들이 특정 인맥에 의해 장악되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시자들이 감시대상자들과 비리의 공범이 되어 비리를 은폐 축소했던 것이다. 이같이 각종 인연으로 얽혀있는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는 권력이 소유자 개인의 것이 되고, 이를 이용한 로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가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적 책무감으로 무장된 인사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고위공직자로 발탁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인사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먼저 확립하는 것이 부패지수를 줄여가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부정부패의 척결은 통상의 수사기관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무리 사정팀이 내사하여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수사를 하더라도 불기소로 처리한다면 예방적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비리의혹이 감지될 때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감시 경고해야 '가래로 막는' 우(愚)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도록 검찰수사의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나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권력형 비리에 대한 관용적 태도를 버려야 하며,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위원회의 권한 강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폐해와 역기능이 예상되는 기구의 신설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민정수석 내정자가 강조한 국민적 동의도 얻기 어렵거니와 내사의 특성상 공개적 운영 방침도 허구에 불과하며 법적 근거도 모호하다. 득보다 실이 큰 사정팀의 부활은 재고되어야 한다.

하 태 훈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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