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다시는 한국 팀과 경기하지 않겠다."지난해 중국 프로축구 칭다오를 FA컵 우승으로 이끈 이장수 감독은 13일 성남 2군과 벌어진 집단 난투극과 관련, "겁이 날 지경"이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 감독은 난투극을 생생히 보도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지훈련을 하러)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불상사는 마산에서 열린 연습경기 도중 0―0으로 맞선 전반 25분 칭다오 주장 마융캉과 성남 공격수 이우재가 서로 거친 플레이를 비난하다 주먹과 발길질이 시작돼 집단 패싸움으로 번졌다. 육탄전을 방불케 한 패싸움은 1분 넘게 지속됐고 양 팀은 감정을 삭이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 감독은 흥분이 가라 앉자 "사소한 다툼인데 너무 크게 비화됐다. 잘잘못을 가릴 일이 아니다"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기기는 곤란하다. 올들어 터진 한국 스포츠의 막가파식 '경기장 폭력'은 이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 27일 여자축구 대표팀이 호주와의 원정경기에서 몸싸움을 둘러싼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다 0―2 몰수패를 당했다. 5일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에선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카자흐스탄 전에서 역시 판정에 불만을 품고 링크에서 철수, 0―19 몰수패했다. 때문에 지나친 승부욕과 실종된 페어플레이 정신을 방치하면 더 큰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축구인은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떠들기에 앞서 기본 소양부터 다지는 등 체육계의 자기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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