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해리포터 좋아하잖아. 지난번엔 영화도 보고…."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동호(7)와 엄마 김선희(32·은평구 응암동)씨가 좁은 문구 매장 안에서 한참이나 실랑이다. 동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햄토리, 햄토리" 하며 어깨를 흔들어댔다. 30% 할인하는 '햄토리' 공책보다 인기가 식어 50%나 깎아주는 '해리포터' 공책이 엄마 입장에선 경제적인 선택. 하지만 동호는 앙증맞은 햄스터 '햄토리'와 들쥐 '하무하무'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신학기가 다가오면서 만만치 않은 학용품 구입 비용에 학부모들의 주름살이 늘어나고 있다. 이때쯤 학부모 누구나 "싸고 품질 좋은 문구점이 어디 없을까"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를 나오면 국내 최대 문구도매상가로 불리는 동대문구 창신동 문구시장이 나온다. 6호선 동묘역 1번 출구를 이용해도 된다. 길 이름조차 '문구길'인 이곳은 50여 개의 문구점과 완구점이 모여 있는 도심 속 학용품 나라다. 종류를 셀 수 없는 연필과 볼펜,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색색의 공책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필통, 연필심을 끼워 쓰는 카트리지 연필, 깎기샤프펜슬 등 신기한 학용품이 동심뿐 아니라 어른의 가슴까지 설레게 한다. 20여년 전 청계천 5가와 남대문 등지에 흩어져 있던 문구점들이 하나 둘 창신동 골목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더니 소매상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창신동으로 바뀌고 학부모들도 "싸다"는 입 소문을 듣고 찾아와 지금의 문구도매상가가 됐다.
창신동 일대 문구점은 모든 학용품을 일반 소매가보다 30∼40% 싸게 판다. 소매상에게 넘기는 가격 그대로 일반 소비자에게 팔기 때문. 한 상인은 "최저 30% 할인이지만 손님 태도와 시간에 따라 40%까지 깎아준다"고 귀띔했다.
신학기를 맞아 최근 가장 잘 나가는 물건은 연필과 공책 등 기본 학용품이다. 연필 10본 1,200원(일반소매가 2,000원), 수학, 받아쓰기, 일기장 등 과목별로 묶은 노트 10권 2,400∼2,600원(4,000원), 크레파스 24색 2,100∼2,500원(3,500원), 색연필 12색 1,500∼1,800원(2,500원)이다. 해리포터 치즈 모모 엽기 등 아이들에게 인기 없는 캐릭터 공책은 50% 할인하는 곳도 있다.
아이들의 유행과 취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창신동 문구도매시장의 장점이다. 손녀들의 신학기 선물을 사러 온 한 노부부가 "거 머라 했더라, 요상한 필통이랑 깎아 쓰는 거"라고 하자 문구점 주인이 주사위, 다트 게임 필통과 깎기샤프펜슬을 내놓았다. 노 부부는 여학생에게 인기 있다는 '바비 인형' 다이어리도 2개 샀다. 주인 김지만씨는 "무작정 사갔다가 아이에게 '혼쭐나고' 바꾸러 오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교환은 안된다"며 "아이와 함께 오든지, 가게 주인과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창신동 상인들과 단골 고객이 전하는 알뜰구매 요령도 귀담아 둘만 하다. 주부 김덕숙(35·강북구 수유리)씨는 "유행을 타는 공책 등 캐릭터 제품은 필요한 만큼만 사고 딱풀 필기류 등은 넉넉히 사는 게 좋다"며 "구입 목록을 아이와 미리 작성해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사면 아이도 좋아하고 충동구매도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문구랜드 손종길(48) 대표는 "오전에는 소매상들로 붐비기 때문에 오후3시 이후에 오는 게 좋다"면서 "가격비교를 해 단골가게를 정한 뒤 공동구매를 하라"고 권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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