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통일운동에 전념하다 돌아가신 그분도 금강산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금강산 육로 시범관광단으로 14일 북녘땅에 들어선 고 문익환(文益煥) 목사의 부인 박용길(84·사진) 장로는 "금강산 관광에 대한 기대감 보다 통일 운동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앞선다" 며 흐느꼈다.
문 목사의 얼굴을 새긴 목걸이를 휴대한 채 육로방북길에 나선 박 장로는 "살아있는 남편과 함께 금강산에 가는 기분"이라고 처음에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육로를 통해 다가가니 북한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고 거부감이 없어진다"고 버스를 재촉하던 박 장로는 "이제 남북이 자기집 드나들듯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다"며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버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땅으로 접어들자 문 목사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던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박 장로는 "1942년 신학도이던 남편이 폐병을 앓아 금강산 온정리에서 1년동안 휴양한 적이 있다"며 "남편은 당시 금강산 등산안내원을 희망할 정도로 금강산에 대한 애정이 컸었다"고 회고했다. 박 장로는 또 문 목사가 금강산에 오르다 회중시계를 잃어버려 시계를 찾기위해 하루종일 산속을 헤맸던 일화도 떠올렸다.
박 장로는 "목사님은 해방 이후 50년이 되는 1995년 남북이 통일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내후년이면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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