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모 글·김종도 그림 푸른나무 발행·초등학생 이상·7,500원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필동이 살던 마을에도 피란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을 떠나지만 필동은 갈 수가 없었다. 엄마가 동생을 낳으려고 막 진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피란 소동이 한 차례 지나가고 마을이 다시 조용해졌다.
동네를 이리 저리 살피다가 절에 간 필동은 그곳에서 북한 인민군과 스님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다. 절을 비워 달라는 인민군과 그럴 수 없다는 스님. 인민군은 어머니와 함께 군대 간 아버지를 찾아 내려왔다가 혼자 남은 여자 아이를 맡아주는 조건으로 철수한다.
이후 담선이라는 이 여자 아이와 필동이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차츰 정이 붙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사람이 떠난 마을에서 필동이 느끼는 외로움, 거기서 만난 삽살이, 그리고 담선과 보내는 짧지만 즐거운 추억은 전쟁이라는 처절한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살갑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전쟁은 어른만 감당하고 넘어가는 행사 같은 것은 아니었다. 마을 주변에 숨어 진을 치고 있던 담선의 아버지는 국군에 진압돼 숨지고 필동은 스님으로부터 담선 아버지의 무덤을 확인한다. 지금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언젠가 담선이 크면 꼭 전해주리라는 혼자 약속을 하며.
분단 문제와 노동 현실을 고발한 참여 소설을 주로 쓴 윤정모씨는 글머리에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라며 "우리 역시 전쟁에서 영원히 비켜 서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윤씨가 쓴 첫 장편 동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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