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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22>루시디 처형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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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22>루시디 처형선고

입력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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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2월14일 이란 혁명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전세계를 놀라게 할 파트와(이슬람 율법의 권위자가 내놓는 종교적 판결이나 의견)를 선언했다. 파트와의 전문은 이렇다. "이슬람과 예언자와 코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 저자는, 그 책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책의 출판에 간여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는 앞으로 다시 어느 누구도 이슬람의 거룩한 믿음을 모독하지 못하도록 전세계의 모든 긍지 있는 이슬람 형제들이, 그들이 어디 있든, 즉시 이 판결을 집행할 것을 촉구합니다."'악마의 시'의 저자는 인도출신의 영국 소설가 샐먼 루시디다. '악마의 시'는 루시디가 1988년에 낸 소설이다. 영국 해협 상공에서 폭발한 점보제트기에서 인도의 영화배우 지브릴 파리슈타와 천 개의 목소리를 지닌 살라딘 참차가 뛰어내리고, 기적처럼 살아남은 이 둘이 시간과 공간, 꿈과 현실, 선과 악의 얽힘 속에서 대결을 펼친다는 환상소설이다. 정통 리얼리즘 소설이 아닌 터라, 이 소설이 이슬람을 모독했는지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튼 호메이니는 이 소설이 코란을 악마의 말이라고 조롱하고 마호메트의 신심(信心)을 의심했다고 판단했다.

호메이니의 선언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하며 루시디의 끝 모를 피신 생활이 시작됐다. 일본인 번역자가 살해된 것을 비롯해 이 책의 출판과 관련된 사람이 여럿 테러를 당했다. 호메이니는 파트와를 내린 해 6월에 사망해 자신의 선고를 거두려야 거둘 수도 없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1998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루시디를 사면한다고 선언했지만, 그의 말이 '전세계의 모든 긍지 있는 이슬람 형제들'을 설득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

고 종 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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