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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블레어·濠 하워드총리 전쟁지지하다 "여론 뭇매"/"우리가 쫓겨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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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블레어·濠 하워드총리 전쟁지지하다 "여론 뭇매"/"우리가 쫓겨날라"

입력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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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으로 운명이 갈릴 정치인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만이 아니다.전쟁이 목전까지 다다르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토니 블레어(50) 영국 총리와 존 하워드(64) 호주 총리도 이제는 정치생명을 전쟁의 성패에 내맡길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전후 최악의 대치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이어서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외교적 타협의 여지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국내적으로 엄청난 반전 여론과 의회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두 정상의 부시 추종 외교는 그래서 더욱 필사적이다.

영국 정가에는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전을 앞두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파다하다. 전쟁이 그의 정치생명을 결정할 것이란 점 때문이다.

블레어는 국제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치른 대가는 혹독하다. 90% 이상이 미국과 영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군사행동에 반대하고 있고, 의회는 물론 집권 노동당 내부에서도 블레어의 무모한 전쟁외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시의 푸들' 이라는 비아냥은 식상한지 오래이고, 최근에는 종교·문화계로부터 "영국의 망신거리", "도덕적 타락" 이라는 등의 원색적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당 지지율도 덩달아 추락해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야당인 보수당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해 2001년 총선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초 런던 지방선거가 블레어의 몰락을 알리는 전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라크전에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실토한 블레어의 전략은 단순명료하다.

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내 미국과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그가 미국을 설득해 유엔의 2차 결의를 끌어내도록 한 점을 들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끓어오르는 반전여론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대세이다. 결의안 채택에 실패할 경우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보는 지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찰 최종 시한인 28일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이 안보리에서 "이라크가 적극 협조하고 있으나 아직 무장해제했다는 징후는 없어 더 많은 사찰시간이 필요하다"고 증언할 경우 블레어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바닥난 미국의 인내심을 의식해 명분 없는 전쟁론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서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12일 역내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을 중시한다는 내용의 외교백서를 채택했다. 1997년 첫 백서 때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소홀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백서를 하워드 총리의 본심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아시아계 이민 정책, 난민 문제 등에서 지극히 보수적인 정책을 펴온 그가 3선에 성공한 2001년 이후 미국, 영국 등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외교정책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폴 키팅 전 총리가 일궜던 동아시아와의 우호적 외교관계도 96년 그의 집권과 더불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그의 호전적 자세는 부시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반면 국내에서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국민의 90% 이상이 유엔 승인 없는 무력사용을 반대하고 있고, 의회는 그의 대 테러 정책의 위험성을 거의 매일 성토하고 있다. 5일 이라크 문제 대처 방식을 놓고 상원으로부터 102년 의회 역사상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불신임을 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워드가 전쟁을 강행하려는 데는 호주가 처한 지정학적 고립을 서방과의 연대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뜻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모험을 피하고 여론정치에 능하기로 정평이 난 하워드 총리가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뒤엎은 최대의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의도대로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엄청난 외교적 대박이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이라크 전쟁은 현지 언론의 표현처럼 그의 묘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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