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방송위원회의 방송정책권 환수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에 맞춰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되, 방송정책권은 문광부에 환수되고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규제는 방송위에 남겨 두겠다는 것이다. 김성재 문광부 장관은 이런 내용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했고, 국회 대정부 질문의 답변에서도 확인했다. 과감한 개혁을 표방하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5년여의 긴 논란 끝에 2000년 3월 문광부가 갖고 있던 방송정책권은 새로 구성된 방송위로 이관됐다. 정부의 간섭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당시 언론계나 학계는 이를 방송독립에 큰 획을 긋는 발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은 방송위가 방송사업자의 허가, 추천 등 방송정책에 관한 핵심권한을 문광부와 나눠 가졌기 때문에 그나마 온전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 다시 방송위를 프로그램의 심의·규제만 하는 기구로 축소시키겠다는 발상이니 어이가 없다. 이는 방송정책의 후퇴이며 정부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발상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명백한 세계적 추세이지만, 그것이 문광부가 방송정책을 재장악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정부의 독선이다. 방송·통신의 융합에 맞춰 민간독립기구를 활성화하고 정책수립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국회 문광위가 3명씩 추천할 수 있는 방송위원의 임기가 최근 만료되었다. 새 정부에 보다 중요한 일은 방송정책의 재장악이 아니라, 방송위원이 좀더 전문적 지식을 갖춘 민주적 인사로 구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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