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인적 청산문제를 둘러싼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설 조짐이다. 12일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이른바 '5적(敵), 10적'의 퇴진을 거론했던 안영근(安泳根) 의원과 몸싸움을 벌인 데 이어 보수파가 개혁파에 대한 대대적 반격을 공언해 양측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김 의원은 13일 "저들의 '영남 물갈이'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터무니 없는 음해로 우리의 목을 조르는 작태에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국민 속으로'의 활동중단을 공개 요구하겠다"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저들에게 누구 힘이 센지를 분명히 알게 해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대구의 한 중진도 "되지 않을 일을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떠드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며 "당을 나가고 싶으면 꼬투리 잡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라"고 일갈했다.
'국민 속으로' 측은 일단 대응을 자제했다. 안 의원은 이날 "나는 퇴진 대상 의원을 실명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고 해명할 뿐 더 이상 언급을 삼갔다. 이부영(李富榮) 의원도 "당 개혁이 지지 부진한 데 대한 젊은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그렇게 표출된 것으로 봐달라"며 파문확산을 원치 않는다는 태도다.
그러나 보수 중진들이 18일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 연찬회에서 개혁파 압박을 본격화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전면전은 시간문제다. '국민 속으로'도 영남 중심의 보수파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의 당 구조로는 수도권의 차기 총선에서 표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있어, 이들의 저항도 결사적일 수 밖에 없다.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현재 당의 모습은 무능 그 자체"라며 "제대로 된 보수를 위해서도 인적 청산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당 역학구도 상 '국민 속으로'가 인적 청산을 관철할 힘이 없는 데 있다. "개혁파가 처음부터 승산 없는 싸움을 걸었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파와 감정 대립이 격화할 경우 결국 이들이 집단 탈당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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