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모이면 최진실 얘기였는데, 요 며칠간은 이경실 폭행사건이 모두를 경악시켰다. 아이를 둘이나 둔 부부로 평소 유난히 금슬이 좋아보였는데, 남편에 의해 이렇게 잔인한 폭행이 자행되다니…."평소에 이경실 참 좋아했거든. 씩씩하고, 재치는 또 얼마나 넘치니. 날이 갈수록 멋져지는 모습도 같은 여성으로 참 보기 좋았었어." 한 선배가 안타까워했다. 목젖이 보이도록 시원스럽게 웃어제끼는 모습이 나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실제 삶도 TV화면처럼 유쾌하기만 할 것 같던 그녀가 11년을 같이 산 남편에게 야구방망이로 두드려 맞다니. 또다른 선배의 전언에 따르면 원로 영화감독 한분은 "이경실이 남편과 다시 살겠다고 하면 여성들이 데모를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흥분하셨단다.
이혼을 원한 이경실의 고발로 남편이 구속된다는 소식이고 보니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녀가 겪고 있을 분노와 배신감, 폭행 순간의 악몽 등을 떠올리면 꼭 친정 동생이 당한 일처럼 손이 다 떨려온다. 어젠 미리 녹화해둔 프로였는지 화면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그녀를 봤는데 '저 순간에도 속은 얼마나 폭폭했을까' 싶어 더욱 가슴이 짠했다.
그런데 요 며칠 매스컴들이 매맞고 사는 여성들의 문제를 목청높여 보도하는 것을 보니, '이경실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경실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덕분에 수많은 여성들이 당하고 사는 가정폭력이 새삼스레 사회 문제로 부각된다면 그녀는 의도하지 않았던 가정폭력 홍보대사의 역할을 한 셈이 아닌가.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후배가 있는데 놀라운 것은 상대가 명문대 교수 아들로 연애 시절에는 천사 소리를 듣던 남성이었다는 사실이다. 폭행은 신혼시절부터 시작되었는데 시댁 내력을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평생 시아버지로부터 맞고 살았고, 그걸 보고 자란 세 아들이 모두 때리는 남편이 되었다고 후배는 '폭력의 대물림'을 얘기했다.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 요즘, 유명 연예인들의 사회적 교육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이경실을 좋아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부부 사이의 폭행은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배웠다면 이경실 사건은 결코 한 여성의 비극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이경실씨,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 그 시원한 웃음 다시 들려주세요. 대한민국 모든 여성, 아니 지각있는 남성들까지, 모두 당신 편이랍니다.
/이덕규·자유기고가 boring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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