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남편으로부터 심하게 구타당한 사건 이후, 가정폭력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대 간의 문제로 발생하는 다른 가정폭력과 달리 부부 간의 폭력은 제3자 개입이 어렵고 가정 파탄과 자녀 불행으로 직결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부부 중 누가 잘못이며 무엇이 핵심 원인인가를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폭력은 이미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며 사회적 범죄에 속한다. 다툼과 갈등의 과정이 어떻든 폭력은 쌍방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이씨 사건에 대해서도 성별에 따라 시각이 판이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던 부부가 상호 폭행으로 경찰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어느 경우든 폭력은 잘못이다.
부부 간 폭력에 관해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전통적인 남편과 아내의 위상이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졌는데도 상호 수용하지 못해 생기는 갈등 때문에 폭력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내의 사회적 활동과 가정에 대한 현실적 기여가 클수록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진다. 근본적으로 부부 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둘째로는 사생활의 영역과 사회적 영역의 개념이 미분화 상태라는 점이다. 1998년부터 가정폭력범죄 특례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가정폭력을 범죄행위로 인식하는 정도는 아직도 낮다. 수사당국도 처벌보다는 화해를 유도한다. 가정폭력의 상담건수와 비교할 때 경찰에 신고된 건수는 20% 수준이며, 신고했더라도 사법처리되는 경우는 3% 미만이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경우 경찰의 개입을 통해 폭력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맞을 짓을 했겠지'하는 생각과 '부부싸움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고쳐지지 않으면 가정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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