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고를 졸업한 심모(19·경기 안양시)씨는 마음이 천근처럼 무겁다.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채용전문 사이트 4군데에 이력서를 올려놓은지 한 달이 지났지만 면접통보를 한 군데서도 받지 못했다. 심씨는 "자격증을 5개나 따는 등 만반의 취업준비를 했는데 자칫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공고를 졸업하고 군복무까지 마친 이모(24)씨도 일자리를 못구해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몇 군데 자리를 알아봤지만 웬만한 회사는 최소 전문대학 이상의 졸업장을 요구하는 바람에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일찍이 사회 진출을 결심한 고졸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조사'에 따르면 15∼29세 중 고졸자들의 실업률은 5.7%, 졸업 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채 구직활동도 안하고 있는 이들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고졸 '백수'는 28.0%에 이른다. 고졸 구직자들은 첫 직장을 잡는데도 걸림돌이 많다. 대졸과 전문대졸은 각각 7.1개월, 7.5개월만에 첫 직장을 구하는 반면, 고졸자들은 그 두 배인 13.7개월씩이나 걸리고 있다.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실업고 재학생조차도 은행 등 금융권과 대기업으로부터는 원서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D정보고의 한 교사는 "취업 의뢰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오고 있을 뿐"이라며 "집안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광고회사를 석 달전에 그만둔 윤모(19)씨는 "미래를 위해 대입수능에 도전하기로 목표를 바꿨다"고 밝혔다. 윤씨는 "똑같이 경리업무를 해도 전문대를 나온 동료보다 월급이 20만원이나 적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대학·전문대 졸업자들이 과거 실업계 고졸자들이 취업하던 생산·사무직뿐 아니라 공무원, 골프장 캐디 등의 직종에 몰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이 바람에 60만명을 넘는 전체 실업자 중 고졸실업자가 절반인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 정책에서도 고졸자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연구위원은 "9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 고졸자 취업률은 통계의 환상일 뿐"이라며 "고졸자들도 실업정책의 주요한 대상이지만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실업위원장 하인호 교사는 "고졸자들을 대졸자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의 저임금 단순노동력으로 내몰고 임금 차별 등 처우에서도 불공평한 대우가 계속되는 한 고졸자들의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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