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만에 이런 바람은 처음이에요. 연습할 때 박명수와 배칠수가 워낙 잘해 성공 예감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김학도)8일 방송된 MBC '코미디하우스'(연출 박현석, 토요일 오후 5시10분)의 신설코너 '삼자토론'이 장안의 화제다. 개그맨 박명수, 배칠수, 김학도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열린 TV토론회를 패러디해 각각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후보로 변신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권영길 후보 성대모사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녹화 당일 집어넣은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가 호응이 커 다행히 세 후보 패러디가 3박자를 갖추게 됐어요." 김학도의 말처럼 권 후보의 말투인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는 '삼자토론' 중 가장 주목을 끌며 벌써부터 유행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러디가 입소문을 타자 최근 민주노동당에서 홍보대사 직까지 제의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권 후보 말투의 포인트 몇 가지. "권 후보 성대모사는 단어보다, '나 좀 알아봐달라'고 애걸하듯 청유하는 어투가 더 중요해요. 또 한 문장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문장이 들어가는 말투도 특징이지요. 긴장하면 입술을 적시는 버릇도 있고요."
배칠수의 노 당선자 패러디는 KBS1 '개그콘서트'의 '노통장' 김상태 보다 한발 앞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그는 민주당 경선 때부터 틈틈이 노 당선자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노 당선자는 굵은 저음의 목소리인데, 문장 뒷말을 반복하는 버릇이 있어요. 또 궁지에 몰렸을 땐 '그 뭐라 그러지요'라고 하거나 '야박하게' '가급적이면' '모양새가 좀 좋지 않습니다' '제가 해내겠습니다'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요."
김학도도 옆에서 "김상태씨는 '맞습니다. 맞고요∼' 등 반복어법의 특징만 구사하지만, 배칠수는 노 당선자 목소리와 정말 똑같다"고 거들었다.
"성대모사는 김학도, 배칠수에 못 미친다"고 고백하는 박명수지만 "어∼"하며 말을 끌면서 대답하는 말투나 "원칙과 소신"을 연신 강조하는 모습이 이 후보를 연상케 한다. 김학도 배칠수도 "박명수가 분장하면 이 후보와 정말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도와 박명수는 MBC 개그맨 공채 4기 동기이고, 배칠수는 세 살 아래 후배. 삼자토론을 하기로 세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은 대선기간 중이었다. 개그계의 소문난 성대모사가인 김학도와 배칠수가 지난해 4월 맡은 SBS 라디오 '김학도 배칠수의 와와쇼' 공동 진행을 통해 호흡을 맞춰오던 차에 2년간의 가수활동을 접고 개그계에 컴백한 박명수가 '삼자토론'을 제의해 왔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정치풍자에 목말라 했어요. 정치인도 반성하지 않으면 우스갯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정통 정치풍자 코미디를 보여주겠다는 박명수의 다짐에 김학도는 "처음에는 방송국 간부 중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뒷얘기를 덧붙였다. 지난 대선 때 적극적이지는 못했지만 노 당선자를 지지했다고 밝힌 이들은 그러나, "세 후보가 같이 등장하는 코너여서 어느 한 후보만 편들기는 어렵다. 패러디 코미디로만 봐 달라"고 주문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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