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쉬었던 탓일까. 결혼과 출산으로, 혹은 영화에 전념하느라 한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톱스타들이 최근 팬들의 기대 속에 속속 컴백했으나 예상을 뒤엎는 저조한 시청률에 울상을 짓고 있다. 심지어 "연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까지 받고 있다.MBC 주말연속극 '맹가네 전성시대'에서 성(姓)이 다른 자매를 둔 29세 이혼녀 금자 역을 맡은 채시라(34). 1년 10개월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그는 "한국판 '에린 브로코비치'를 그리겠다" 는 열의를 보였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맹가네…' 게시판은 "채시라의 오버 연기 꼴불견" 따위의 비판 글이 잇따라 '안티 채시라' 사이트를 방불케 한다. 그의 팬들조차 "똑 소리 나던 연기력을 찾아볼 수 없다"고 실망을 드러냈다. 15% 안팎이던 시청률이 23일 종영을 앞두고 다소 올랐지만, 최강희의 열연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MBC 관계자는 " '그대를 알고부터'의 최진실에 이어 채시라까지 실패로 끝나 타격이 크다" 면서 "당분간 톱스타 보다는 참신한 신인을 내세워 작품성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까지 말했다.
KBS 특별기획 드라마 '장희빈'에 출연하느라 먼저 계약한 영화 출연마저 포기한 김혜수(33)도 악평에 시달리고 있다. 캐스팅 단계부터 "장희빈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를 들었던 그에 대한 평가는 "요부가 아니라 아기 돼지 같다" "간드러지게 웃는 장면이 한 편의 코미디 같다"는 등 갈수록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본인과 제작진은 "인현왕후와의 갈등이 본격화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애써 느긋하게 반응하지만 한때 20%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최근 10% 이하로 뚝 떨어져 조기종영설까지 나돌 정도.
왕년 톱 스타들의 수난은 이 뿐이 아니다. 최근 종영한 KBS 일일극 '당신 옆이 좋아'에서 여고생부터 신혼 초까지를 연기했던 하희라(34)는 끝내 '아줌마'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KBS '고독'의 이미숙(43)도 20대 청년과의 애틋한 사랑과 갈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해 실패했다. 그나마 KBS 2TV 월화드라마 '아내'로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김희애(35)만이 겨우 합격점. 실종 7년 만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남의 남자가 돼 나타난 남편에 대한 애끓는 심정을 차분하게 연기해 40, 50대 주부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최근 남편과의 만남 이후 눈물 연기가 지루하게 반복되면서 식상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구나 신인을 내세워 '아내' 잡기에 나선 MBC '러브레터'의 기세가 만만찮아 안심할 수 없는 처지.
이 같은 결과는 배역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간판 효과'를 기대한 제작진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연기 변신에 실패한 톱 스타들도 문제가 많다.
모 통신회사 CF 문구를 패러디한 한 시청자의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면, 나타나지도 마라!"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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