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어(國語)'라고 부르는 일본말의 명칭을 '일본어(日本語)'로 바꾸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일본 '국어학회'는 이달 들어 회원 학자 2,500여명을 상대로 학회 이름을 '일본어학회'로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우편으로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15일 투표 마감 후 5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내년부터 학회명을 '일본어학회'로 바꿀 방침이다. 일본에서 '국어'라는 명칭은 청일전쟁이 발발한 1894년부터 '국가어·국민어'라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학회에서는 "언어는 국가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일본어'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변경론자들은 또 외국에서도 일본말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국제화시대에 '국어'라는 명칭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일본 본토인이 사용하는 일본말을 '국어'로 부르고 식민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본말을 '일본어'로 부르는 등 국가주의의 영향이 짙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일본인의 심성과 정체성을 담은 '국어'를 세계의 많은 언어 중 하나로 상대화해 버리자는 것은 성급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도서관이나 인터넷의 '국어'라는 분류·검색을 '일본어'로 바꾸는 것도 간단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들고 있다.
대학 학과명에서는 1992년 '국어학·국문학'이 66%를 차지했지만 2002년에는 '일본어학·일본문학'이 72%로 늘어나 '일본어'가 '국어'를 역전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명칭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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