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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성장률 전망 잇달아 내리는데… 정부 "경제대책" 손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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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성장률 전망 잇달아 내리는데… 정부 "경제대책" 손 놓았나

입력
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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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보여주듯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시장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따른 정책 공백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는 외부적 변수를 이유로 경제환경 악화에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 않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이 종결되더라도 북핵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반도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미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한국물 채권값이 약세를 보이는 등 북핵 위기로 인한 국가위험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양상이다. 당장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두 단계나 낮춤에 따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및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도 조만간 등급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북핵 문제, 유가 급등, 환율 불안 등의 악재로 인해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악화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0%로 낮췄고, 이에 앞서 영국의 경제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5.4%에서 4.6%로 대폭 끌어내렸다.

외국계 금융기관도 비관적이다. UBS워버그는 최근 "한국의 소비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4.7%에서 4.3%로 낮췄다. 정부는 당초 국제 유가가 배럴 당 23달러(두바이유 기준) 선에서 안정되고 소비자 물가는 3%, 경상수지는 20억∼30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전제하고 5%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이미 30달러를 넘어섰고, 1월 중 무역수지도 에너지 수입가격의 급등으로 4,800만 달러 흑자에 그쳐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는 4%에 육박하고 있고 주가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기관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이라크전쟁과 북핵 위기 등 '외생 변수'에 의한 것인 만큼 정책 기조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새 정부의 출범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장·차관 등의 인사에만 신경을 쓸 뿐 정책 추진에는 소극적인 자세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동북아중심국가 건설 등 장기 과제에만 매달려 단기적인 경기판단이나 정책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재벌개혁과 세제개편 등 새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들이 조속히 가닥을 잡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정권 공백기의 위기 대처능력을 갖추려면 신·구 정부가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 등 대외적 불확실성을 우리 힘으로 걷어낼 수는 없겠지만, 급속한 소비 위축 등 대내적 요인은 정책적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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